057.
2024년 1월 22일 월요일, 흐림
오늘 아침 일찍 학교로 갔다. 사실 출근해야 하는 날은 아니었다. 다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문득 칠곡군립도서관에 처음으로 빌린 책 4권을 연체시키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맞다. 오늘 아침 꽤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무 추웠기 때문에 잠시 유혹의 손길이 뻗쳐졌다.
'이렇게 추운 날 괜스레 고생스럽게 움직이지 말고 날씨가 좀 풀리면 가!'
무슨 악마의 속삭임 같이 꼭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들곤 하는 녀석이다. 그냥 이 생각만 했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 게다가 오늘 춥다면 내일은 더 춥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나, 하는 생각 말이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금세 후회가 될 정도로 추웠다. 제법 옷을 껴입고 껴입었는데도, 바람이라는 녀석은 어떻게 찾아냈는지 빈틈이라는 빈틈은 죄다 파고들었다.
왜관역에 내려서 15분만 걸어가면 칠곡군립도서관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날씨에 기어이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걷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기본요금이라도 택시 타는 것만큼 아까운 돈이 어디 있을까? 15분을 참아낸 보상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다. 실수로 빌린 책 중 1권을 교실에 둔 탓에, 도서관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학교에 들렀다 책을 들고 다시 나온 바람에 개장 시각인 9시보다 무려 1시간이나 초과해서 도착했는데,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장착된 좌석이 한 자리 말고는 모두 비어 있었다. 대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한 자리 정도가 겨우 남아 있을까 말까 하거나 아예 좌석이 없는 게 태반이니까 말이다.
아주 여유 있게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쓸 수 있었다. 심지어 콘센트가 장착된 탁자에 모두 6명 정도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였는데, 나만 앉아 있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창가 쪽의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게다가 따뜻한 상태에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아마도 커피 전문 매장에 가서 내가 늘 앉는 자리에서 글을 쓰는 것 이상으로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가방을 메고 나오면서 결심했다.
'아무리 추워도 내일도 기어이 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