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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3. 2024

어떤 책을 쓰고 싶은 걸까?

058.

2024년 1월 23일 화요일, 흐림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공공도서관에 왔다. 내가 사는 대구에도 공공도서관이 많지만, 굳이 직장이 있는 이곳 왜관까지 오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노트북 좌석에 빈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총 8대의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자리에 나만 사용하고 있다. 조금 전 오전 9시에 도서관 문을 열었으니, 문을 열고도 4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아무도 오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해 내가 늘 가던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은 1시간 정도만 늦게 가도 노트북 좌석은 아예 없다. 게다가 의자가 무슨 커피숍 의자처럼 지나치게 높아 앉을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두 발을 고스란히 땅에 붙이고 있을 수 있는 이곳이 그래서 더없이 좋다. 이렇게 노트북을 갖고 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이제 고작 사흘 정도인데, 자체 만족도가 너무 높다.


글을 쓰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 떠오르면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나 서가로 간다. 필요한 책을 자리로 가져온다. 꼭 필요한 부분만 읽고는 인용할 것은 인용하고, 거기에 내 생각을 보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앞으로 나는 과연 어떤 책을 쓰고 싶은 걸까?'

당연히 공공도서관에 가면 내가 가장 자주 들르는 서가는, 바로 소설 코너와 글쓰기 관련 책들이 꽂혀 있는 공간이다. 내친김에 글쓰기 관련 책 몇 권을 자리로 가져와 들춰보았지만,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미 그 책을 발간한 저자에게는 미안한 일이겠지만, 굳이 이런 책을 발간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책들이 너무 많았다.

글쓰기와 관련해 나와 있는 책들이 죄다 이런 식이었다. 무슨 무슨 프로젝트, 오늘부터 하면 너도 할 수 있다, 며칠 동안 글쓰기 어쩌고 저쩌고, 물론 오랜 기간의 글쓰기를 통한 노하우를 버무려 쓴 책이니 충분히 가치는 있겠지만,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여러 사람이 뿜어 낸 담배 연기에 갓 보탠 담배 연기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가 책을 쓰고 싶기는 한 걸까? 만약 책을 발간한다면 나는 조금은 차별화된 내용으로 독자를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내 책이 발간된다면 별 도움도 안 되고 그다지 알맹이도 없는 대부분의 책들 속에 그저 나 역시 또 다른 그냥저냥 한 책을 보태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는 오후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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