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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4. 2024

큰 근심 하나를 던 날

059.

2024년 1월 24일 수요일, 흐림


요즘 아무래도 우리 가족 초미의 관심사는 아들의 근황이겠다. 나 역시 30여 년 전에 군대를 갔다 왔으니, 태산같이 걱정하는 딸이나 아내에게 '걱정하지 마라. 잘 지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잖아?'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곤 한다. 내 딴에야 둘은 여자라서 군대를 안 가봤으니 저리 걱정하는 모양이라고 짐작하지만,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의 내 말이 전혀 위로가 안 되는 것이었다. 분위기에 따라선 싫은 소리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으니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어디에 배치를 받았는지, 어떤 일을 맡게 되었는지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화면을 보고 얼굴이 축났다느니, 어디 아픈 건 아닌지, 하며 내내 걱정하던 아내의 얼굴도 아들의 한 마디로 살아났다.

"괜찮아. 컨디션 좋아."

딱 요기까지였어야 했다. 괜히 던진 한 마디에 분위기만 냉랭해졌다.

"봐! 내가 다 잘될 거라고 했잖아."

호기롭게 큰소리쳤지만, 역시 본전도 못 건졌다.


현명한 남편은 아내의 말이나 행동에 리액션을 잘해야 한다. 너무 반응이 없어도 매사에 무관심이라며 타박을 들을 게 뻔했다. 혹 반응이 과하면 사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다른 게 중용이 아니다. 가족과 특히 아내와 함께 살게 되면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아무튼 큰 근심 하나를 덜었다. 어쩌면 별 것도 아닌 일이겠지만, 이런 맛에 사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내일 오후 폰으로 전화한다고 하니 그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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