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 자주 오던 커피 전문 매장에 왔다. 방학 중 출근한 탓에 정말 모처럼만에 왔다. 늘 앉는 자리는 아니지만, 이곳은 다른 브랜드 매장 정가의 60% 가격에 음료를 팔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오늘도 바닐라 한 잔을 시켜 놓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늘 하루의 일기를 쓰고 있다.아니다. 일기라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누군가는 이 매거진에 쓰는 내 일기를 볼 테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결재가 필요 없는 일지 말이다.
남들이 보는 공간에 이렇게 버젓이 쓰는 걸 일기라고 할 수 있나? 솔직하게 쓰기가 힘들 텐데 이런 글을 일기라고 할 수 있나?
딱히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공간적인 특성에 다소 문제는 있으나, 못 쓸 이유가 뭐겠는가? 그래서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매일 쓰는 일지가 내겐 곧 일기라고 말이다. 쓰지 못하는 게 있다면 미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못 쓰는 것이지 숨길 게 있어서 쓰지 않는 건 없다.
단돈 3,700원에 몇 가지 목적을 이뤘다. 꽤 어지럽게 얽혀 있던 문제에 대한 실마리도 찾았고, 맛있고 달달한 바닐라 라떼도 한 잔 마셨으며, 오늘의 일기도 썼다. 감가상각으로 쳐도 이 정도면 현명한 소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