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에 가기 위해서였지요.
이 추운 날 굳이 왜 가냐고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게다가 집에서도 가까운 도서관이 몇 군데 있으니 더더욱 그러했겠습니다.
며칠 째 연체된 책이 있긴 합니다.
물론 그건 그저 구실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요.
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며 가며 당신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기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들어맞을 리는 없지요.
당신이 나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당신은 또 당신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을 테니까요.
어차피 이렇게 와도 당신을 볼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이 먼 길을 거슬러 온 것이 조금도 헛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약하게 날리는 눈발을 봤습니다.
온라인에서의 글쓰기 친구가 내게 그런 시를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꽃이 필 때 눈이 올 때 가장 먼저 네가 생각난다, 어쩌고 저쩌고 했던 시였습니다.
아직은 완벽히 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폴폴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당신이 일어나 창문을 열면
당신 앞에도 이 작은 눈송이가 떨어질까 생각했습니다.
우연과 필연은 어찌 보면 서로 정반대의 개념이지만,
반드시 한쌍이 되어 나타날 때 모든 만남은 이루어집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나는 당신을 보기를 원하고,
필연을 눈치채지 못한 당신은 우연적으로 내게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언젠가 이 우연과 필연이 교묘하게 겹쳐지는 날,
나는 아마도 꿈에도 그리던 당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