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이백 쉰 번째 글: 도대체 얼마만인가요?
모레 토요일은 서울 나들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어딜 돌아다니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탓에, 곰곰이 헤아려 보니 무려 27년 만인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6학년 담임을 했을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을 갔던 그때도 19년 전이었네요. 그때는 뭐 아이들을 인솔해서 가다 보니 사고 우려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마음 놓고 이것저것 구경할 자유가 주어졌으니 이번 서울행은 그야말로 저만의 여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자그마치 강산이 두세 번 바뀔 만큼 세월이 지났네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까요? 아마도 그날은 제가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써도, 저를 본 사람은 단번에 제가 지방에서 갓 상경한 촌놈이란 걸 알아 채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번 서울행은 카카오톡 글쓰기 단톡방 회원들의 첫 오프라인 모임 때문에 가는 것입니다. 처음엔 일곱 명 정도가 참석 의사를 밝혀 두세 시간의 글쓰기 타임도 가지려 했습니다. 다만 날짜가 다가오면서 불참자가 늘어 단 세 사람만 모이게 되어 어쩌면 수다의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입니까? 그 덕분에 서울 구경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모임의 방장님이 서울역에서 보자고 하셔서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디로 오라고 했다가 찾아간답시고 괜스레 나섰다가 이 나이에 길이라도 잃으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니까요. 사진 속의 저 빨간 동그라미가 있는 기둥에 딱 붙어 있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설레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결국은 서울 땅만 밟아보고 인근의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오겠지만, 그래도 촌놈의 서울 나들이는 어마어마한 기대를 갖게 하네요.
사진 출처: 다음 지도에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