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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25. 2024

뒷담화 옹호

0592

누군가의 험담을 듣고 돌아오는 길은 잔뜩 물을 머금은 솜을 등에 지고 오는 것 같다.


맞장구 치면 공범이 되는 것 같아 없는 이의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상대를 오히려 자극해 더 상황은 나빠져 차라리 가볍게 수긍하느니만 못한 꼴이다.


나를 신뢰해서 이러는 것일까

내가 편안해서 저러는 것일까


나는 마주하는 이 사람과의 시간을 원했는데 뜻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을 초대해 이야기한다.


이토록 그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사이의 이야기보다 갈급했다면 그도 부를 걸 그랬다.


그를 그리워해 이러는 것일까

내가 흥미없어 저러는 것일까


https://brunch.co.kr/@voice4u/128



더글라스가 그랬다.

불평은 악마를 위한 간절한 기도라고.


악마보다 더 강력한 너의 간절함을 놓쳤구나.

그 마음을 보듬지 못했구나.

메시지보다 답답한 그 심정이 뒤에 웅크리고 있었구나.


옮겨 나르지만 않는다면 이건 너와 둘만의 해프닝.

한여름밤의 불꽃놀이.

하얗게 타고 버려진 연탄재 차는 일.

대나무숲에서 지르는 임금님 귀에 대한 흉.


나는 이 자리에 없는 이에 대한 이야기하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닌 수준이라면 상대의 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들어주는 수고는 해야겠다.


그것마저 틀어막는다면 그는 숨통이 막힐지도 모른다.

너를 이해하고 있다고

네게 공감하고 있다고

눈빛으로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간간히 입에 달달한 것을 던져 넣으면 될 일이다.


마음먹고 속상한 얘기를 털어놓는 그에게 너무 이성적으로 응대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돌아서 가는 그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한 것 같아 미안해 한참을 뒤통수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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