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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an 26. 2024

지금 이대로 당신에게 갈까요?

082.

기차역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역이라는 공간이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늘 오는 곳이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편이 살짝 부풀어 오릅니다.


언제든지 들어오는 기차를 잡아 타

당신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가서 보고 못 보고는

내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소 지으며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다

백분의 일 혹은 천분의 일의 확률로

당신과 마주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몇 번이나 망설였습니다.

기차를 탈까 말까, 하고 말입니다.


플랫폼에 내려가기 전

눈앞에 수십여 개의 계단이 펼쳐집니다.

첫 발을 딛기만 하면

그대로 당신에게 갈지도 모릅니다.


중간쯤 내려가다

문득 시각을 확인합니다.

지금 출발하면 아슬아슬하게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올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서

두 명의 나는 다투기 시작합니다.

보고 싶지 않냐고,

어서 가라며 한 녀석이 속삭입니다.

이내 반대편에서

무모한 짓은 그만두라는

따끔한 말이 들려옵니다.


녀석들이 다투는 동안 나는

계단 중간참에서 멍하니 서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갑니다.

저들은 지금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요?


그냥 이대로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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