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역이라는 공간이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늘 오는 곳이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편이 살짝 부풀어 오릅니다.
언제든지 들어오는 기차를 잡아 타면
당신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가서 보고 못 보고는
내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소 지으며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다
백분의 일 혹은 천분의 일의 확률로
당신과 마주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몇 번이나 망설였습니다.
기차를 탈까 말까, 하고 말입니다.
플랫폼에 내려가기 전
눈앞에 수십여 개의 계단이 펼쳐집니다.
첫 발을 딛기만 하면
그대로 당신에게 갈지도 모릅니다.
중간쯤 내려가다
문득 시각을 확인합니다.
지금 출발하면 아슬아슬하게
당신의 뒷모습을 보고 올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서
두 명의 나는 다투기 시작합니다.
보고 싶지 않냐고,
어서 가라며 한 녀석이 속삭입니다.
이내 반대편에서
무모한 짓은 그만두라는
따끔한 말이 들려옵니다.
녀석들이 다투는 동안 나는
계단 중간참에서 멍하니 서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갑니다.
저들은 지금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요?
그냥 이대로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