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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9. 2024

갈 데가 없는 나는…….

2024년 1월 29일 월요일, 흐림


집을 나선 지 대략 4시간 정도가 지났다. 절간 같은 집이면 굳이 나와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조용한 곳을 선호해도 절간 같은 집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백색 소음은 필요한 법, 지나친 적막은 오히려 마음을 위축되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처럼 집에 아무도 없어도 기어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렇게 호기 있게 온 곳이 고작 공공도서관이다.


몇 권의 책을 대출한 채 오른쪽 편에 쌓아두었다. 최근에 관심이 생긴 무속신앙과 관련된 책 몇 권을 빌렸다. 식견이라고는 전혀 없으니 읽을 때 꽤 애를 먹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러면 뭐 어떤가? 그런 것이 책을 읽는 재미고 보람이지 않겠는가?


책을 쌓아 둔 이유는 명백하다. 글을 쓰다가 종종 막히거나 졸음이 밀려올 때 펼쳐 들기 위해서다. 그중에서도 유독 유몽인의 어우야담 책이 눈에 두드러진다. 어찌 보면 이솝우화 같은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어 아주 짧은 시간에 한두 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부담감도 없다. 학창 시절에 입시 준비한답시고 그 이름만 달달 외웠던 어우야담, 그리고 유몽인.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나 야담을 묶은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건 오늘 처음 알았다.


따뜻한 히터가 나오는 곳에서 조용하게 글을 쓴다. 게다가 옆에는 읽고 싶은 책도 쌓여 있다. 이만큼 좋은 곳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오라는 곳도 없고, 반기는 이도 없다. 결국 데가 없는 나는 오늘도 공공도서관으로 오고 말았다. 이렇게라도 있는 곳이 군데라도 있으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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