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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1. 2024

새해의 첫 달

이백 쉰다섯 번째 글: 1월에 무엇을 했을까?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설렘과 기대에 취해 새해의 첫날을 힘차게 카운트다운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참 식상하기 그지없습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도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전혀 변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번에도 늘 하던 말만 되풀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도 무지막지한 시간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혹시 그런 생각이 들지나 않는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히 뭔가를 한 기억이 없는데, 벌써 한 달이나 지나갔다니,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희망에 부풀었던 새해의 첫 달을 그냥 흘려보내고 나니 허탈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만약 1월을 알차게 보냈다며 나름 흡족해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정말 순조로운 출발을 한 셈이겠습니다.


이미 첫 단추는 이미 꿰고 말았습니다. 이게 그냥 옷을 입는 것이라면 아니다 싶을 때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단추를 채워 넣으면 되지만, 산다는 건 그게 안 된다는 게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이미 어긋나 버린 걸 깨달았다고 해도 어쩌면 이 상태 그대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마냥 후회만 하고 있다고 해도 시간이라는 녀석은 우릴 기다리는 법 없이 흘러갈 테니까요.


1월 1일 혹은 12월 31일 밤에 머릿속으로 또는 일일이 매모해가며 세운 신년의 계획들은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그때의 그 모든 계획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 달을 살아보니 어떤 건 폐기처분해야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새로 추가될지도 모릅니다. 처음에 세웠던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AI 로봇이 아닌 이상 산다는 건 꼭 그렇게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늘 하던 식상한 말을 또 한 번 해야 할 듯합니다. 이미 1월은 지나가 버렸지만, 아직 우리에겐 11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그게 헛맹세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남은 열한 달을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계획하고 후회하고 다시 결심하고. 어쩌겠습니까? 이런 것이 바로 인생일 테니까요.


사진 출처: 다음 달력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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