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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Feb 04. 2024

아들 배웅

2024년 2월 4일 일요일, 흐림


내일 개학일이다. 오늘 하루는 개학 준비로 나름 바쁘게 보냈다. 게다가 첫 외박 나온 아들놈이 귀대하는 날이라 덩달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이 녀석은 꽤 운이 좋은 놈이었다. 오늘 들어가면 설 연휴 전날 또 집으로 온다고 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듯 내려올 때는 빈손이었지만, 지금은 한약에 그리고 어디어디에 좋은 약 등 이것저것 챙겨가는 것들이 많았다. 나흘 뒤에 다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녀석을 올려 보내는 데에도 그다지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마중으로 기차역에 가는 것과 배웅 때문에 역에 가는 건 확연히 마음이 달랐다. 뭐랄까? 아랫배 저 깊숙한 어딘가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평택지제역까지 1시간 25분 동안 서서 가야 했다. 임박해서 좌석표를 구하기는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다. 탈 때 가장 앞쪽에 줄을 서 있다가 가장 널찍한 공간을 확보한 뒤에 서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열차가 들어오고 아들 녀석이 탑승했다. 통로에 있는 비상 의자가 비어 있었다. 고정 좌석만큼 편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게 어딜까?


비상 의자에 앉아서 문이 닫히기 전까지 녀석이 날 보고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21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걷고 뛰고 유모차에 태워 다니던 순간 등 그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언제 저만큼 컸지, 하는 생각. 이게 인생인 모양이다. 저 녀석이 저렇게 컸다면 나 역시 똑같이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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