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0일 토요일, 흐림
처가에서의 모임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그랬다. 아무리 좋은 곳이 있다고 해도 내 집 만한 데는 없다고 말이다. 차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크게 숨통이 트였다. 물론 아내가 있어서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더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하게 있지 않아도 된다. 처가만 방문하면, 거기에 모인 친지들과의 자리만 끝나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할 모임이 없다. 오늘도 또 한 번 느꼈다. 역시 내 집이 최고라는 것을…….
공황장애나 대인기피증 따위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관계에서 사람들을 두려워한다거나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유독 가족 혹은 친인척들과의 모임에서만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당연히 친인척들이 많이 모인 자리는 달갑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족들이 가는 것이니 마지못해 가는 것이다. 한 집안의 맏사위가 된 처지이다 보니 알아서 기어야 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된 데에는 어딜 가나 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년을 통틀어 1000CC의 술도 마시지 못하는 내게 술은 최고의 스트레스감이었다. 장인어른도 어떻게 된 게 사내자식이 술도 못 마시냐며 타박을 하시곤 했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결혼 초창기엔 술로 인한 갈등이 꽤 많았다. 물론 이제는 제법 편해졌다. 23년을 넘게 처가를 드나들어서인지 더는 내게 술을 권하는 사람도 없다.
과연 모든 건 적응하기 나름인 모양이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친인척들과의 모임에 예전만큼의 거부감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 자리가 반갑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모르겠다. 그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