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Feb 10. 2024

적응의 문제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흐림


처가에서의 모임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그랬다. 아무리 좋은 곳이 있다고 해도 내 집 만한 데는 없다고 말이다. 차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크게 숨통이 트였다. 물론 아내가 있어서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더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하게 있지 않아도 된다. 처가만 방문하면, 거기에 모인 친지들과의 자리만 끝나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할 모임이 없다. 오늘도 또 한 번 느꼈다. 역시 내 집이 최고라는 것을…….


공황장애나 대인기피증 따위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관계에서 사람들을 두려워한다거나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유독 가족 혹은 친인척들과의 모임에서만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당연히 친인척들이 많이 모인 자리는 달갑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족들이 가는 것이니 마지못해 가는 것이다. 한 집안의 맏사위가 된 처지이다 보니 알아서 기어야 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된 데에는 어딜 가나 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년을 통틀어 1000CC의 술도 마시지 못하는 내게 술은 최고의 스트레스감이었다. 장인어른도 어떻게 된 게 사내자식이 술도 못 마시냐며 타박을 하시곤 했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결혼 초창기엔 술로 인한 갈등이 꽤 많았다. 물론 이제는 제법 편해졌다. 23년을 넘게 처가를 드나들어서인지 더는 내게 술을 권하는 사람도 없다.


과연 모든 건 적응하기 나름인 모양이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친인척들과의 모임에 예전만큼의 거부감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 자리가 반갑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모르겠다. 그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사 없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