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2024
기차를 타고 오면서 설경을 만났다.
봄눈이다.
겨울 눈과 다르게 봄눈은 물기가 많다.
차창에 스치자마자 녹아 내리는 눈, 그럼에도 쉼 없이 내리는 눈은
들과 산과 나무가지를 소복하게 덮는다.
이 모든 눈송이가 녹기 전에 나는 아이를 만날거다.
엄마, 아빠, 맘마를 이제 말하기시작한 사랑스런 아이.
종일 곁에 있던 아빠와 엄마와 잠깐씩 떨어지는 연습의 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
일어났는데 곁에 있던 아빠가 사라진 새벽
밤이 깊어도 오지 않는 엄마를 찾는
'멍든 눈송이
벌벌 떠는 눈송이
손잡는 눈송이'
같은 아이의 울음을 달래며 아이와 나는 ' 두 마리의 아기 양이 되어'
서로 등을 토닥이며 속삭일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둥근 코끝으로 밤바람을 느끼면서
거의 다 왔어, 안전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울다 지친 아이를 안고 토닥이며 내가 할 수 있는 말.
'정해져 있다는 듯이 일은 일어난다
남은 건 어떤 표정으로 인사해야 할까
눈은 멎고
눈은 녹고'
이 눈이 다 녹기 전에 엄마 아빠는 돌아 올거야.
깊은 밤과 새벽 어스름 속에서
아이와 나는 그림 없는 그림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