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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Dec 07. 2024

군에서 만난 가장 존경하는 지휘관

어려운 형편으로 수업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한 군대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조금 모아서 일찍 전역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았지만 군대를 잘 몰랐던 나는 빨리 전역을 하고 싶었다.

의무복무기간은 대학교 수업료를 지원받은 만큼이 포함되어 7년을 근무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지금의 아내가 군 생활을 좀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장기복무와 진급을 목표로 달렸던 동기들에 비해서 나는 여유 있는 군 생활을 했었다. 지금 시작하면 늦을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결혼을 하면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2015년도에 소령 계급으로 대대장으로 보직 전에 먼저 오신 대대장님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때에 나는 해안작전을 하는 부대에서 근무 중이었고 대대장님으로 오시는 분이 육사 출신에 너무 머리가 좋고 유능한 분이어서 부담을 느낀다는 주변 선배들이 많았다. 그렇게 똑똑하신 지휘관이 오신다는 소리를 듣고 다소 위축이 되고 어떤 분일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같이 근무를 하면서 배울게 참 많은 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항상 여유가 있었으며 불필요한 화를 참으려고 혼자 노력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대대에 참모로 근무하면서 대대장님을 모시면서 100년 만에 폭설, 화재 등 각종 자연재해를 겪었고, 갑작스러운 작전활동에 많은 시간을 부대에서 같이 보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장점을 잘 알아봐 주시고 그런 부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는 분이었다.

대대장으로 모실 때 나는 여기저기 사고로 인해 전입을 온 간부들과, 음주를 좋아하는 주변 동료들도 많았고

여러모로 계급과 직책도 힘든 일을 많이 하는 단계에 있었다. 대대장님이 모르는 일들이 없도록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으며 안 보이는 곳에서 충성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했었다. 스스로 대대장님을 너무 존경했기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눈이 많이 올 때 찍은 사진만 한 장 있다. 그간에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했고 부대 사진으로만 찍어서 따로 보관하기가 힘들다 보니 따로 가지고 있는 사진이 많이 없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이 들어갈 때에 준비가 많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잘 다독여주시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셨다.


지금 내가 아보하(아주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신 분이 내가 모셨던 대대장님이다.

진급 심의에 들어가셔서 나의 장점과 그동안 복무해 왔던 내용을 어필해 주시고 심의 위원들을 설득시켜 주시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진급이 되고 시간이 지나서 다른 대대장님께 듣고 알게 되었다.

출신도 다르고 능력도 따라갈 수 없는 어리고 철없는 시절에 나를 인정해 주시고 잘한다고 항상 격려해 주셨던 분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셔서 지금도 우리 가족들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비선 되었을 때도 대대장님은 전화를 주셔서

'네가 부족해서 비선 된 게 아니다. 잘하고 있고 열심히 잘살았고, 비선 된 게 네가 잘 살아오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음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라고 격려를 해주셨다.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었다. 나로서도 부족하지만 노력을 했기에 저렇게 말씀해 주시는 한 미디가 가슴 깊은 곳으로 꽂혔다.


대대장님은 진급을 하시고 더 높은 자리에 계시지만 아직도 나한테는 대대장님이다. 평생 존경하는 지휘관으로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 더 높은 자리에 계시지만 대대장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진급이라는 영광을 누리게 해 주셨던, 그리고 내가 평범하고 보통의 하루를 살게 해 주셨던,

우리 가족이 나로 인해 먹고살 수 있게 한층 성장시켜 주신 대대장님께는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존경하는 대대장님.

항상 희망을 주시고 격려와 위로를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더 큰 뜻을 품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10년 전에 써주신 편지를 보면서 마음이 넓으신 분인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에서 멀어져서 살고 있는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대장으로 모실 때 말씀을 못 드린 것도 많았는데 속이려고 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서 정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 지켜봐 주시고 지도해 주셔서 깊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이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예정입니다.

언제나 사랑을 듬뿍 주시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신 대대장님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같은 분을 평생의 지휘관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며 좋겠습니다. 언제나 현명하셨던 그리고 여러 부하들에게 존경을 받으시던 대대장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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