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동네에 흐르는 시간.

소란 없는 거리에서 배운 마음의 온도-

by 루나린

우리 동네는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산골에 가깝다.


평창동 골목을 걸으면

새들의 소리, 물소리가 먼저 반긴다.

산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돌 사이로 흐르고

그 옆으로 산이 둘러싸여 있다.


도시라는 단어가 주는 복잡함이

이곳엔 좀처럼 스며들지 못한다.


아침에는

산에서 내려온 공기가 부드럽게 스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공기가

얼굴을 감싸면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먼지도

조금은 걷히는 듯하다.


이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축복이다.


이 동네에 살다 보면

자연과 더 자주 눈을 맞추게 된다.


나무에 피는 작은 꽃,

비 온 뒤 불어오는 나무 냄새,

겨울 새벽의 푸른 정적.


이 모든 것이 시간을 조금 더 느리게-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도심에서는 늘 서둘러야 할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물은 제 속도로 흐르고

산은 제자리에 있고

사람들도 그 속도를 따라간다.


그 덕분에

나는 ‘빨리’보다

‘차분히’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평창동에서 배우는 건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내 마음의 온도를 잃지 않는 법이다.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산과 물을 벗 삼아 살 수 있다는 건

아마도

내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삶의 선물일 것이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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