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중 가장 조용한 날에 피어나는 생각들.
주 중의 한가운데-
수요일은 늘 조금 특별하다.
아직 절반은 남아 있지만
이미 절반은 지나온 날.
지쳐버리기엔 이르고
다 놓아버리기엔 아직 이른 시점-
그래서일까?
수요일에는 잠깐 멈춰 숨을 고르고 싶어진다.
남편과 나는
그런 날이면 종종
근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다.
도심 속에서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
말없이 작품 앞에 서 있어도 되는
자유로움이 주는 위로가 찾아온다.
남편은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유난히 좋아한다.
푸른 점들이 끝없이 이어진 작품 앞에서
그는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 무한한 푸름 속에서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것 같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글썽이기도.
나는 그 옆에서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내가 본 그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한다.
남편도 내게 그렇게 해준다.
서로의 눈에 비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그 시간은
조용하지만 분명히 마음을 이어준다.
전시장을 함께 걷다 보면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슬며시 흘러나온다.
아이들 이야기,
앞으로의 작은 계획-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적인 생각들..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
미술관을 나서면
주 중의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된 듯 가벼워진다.
잠깐의 멈춤이 이렇게 큰 쉼이 될 줄이야!
매번 새삼스럽게 느낀다.
사랑도 삶도
크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숨 고르기에서 단단해지는 것 아닐까?
그래서 수요일이
나에게는 언제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날이다.
끝없는 푸른 점들 속에서
쉼을 배우듯이-
다음 수요일에도
이 작은 멈춤의 기록을 이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