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건네는 다정한 침묵에 관하여
우리 집 베란다에는
일본에서 사 온 작은 유리 풍경(風鈴)이 걸려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투명한 몸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유리잔이 살짝 맞부딪히는 듯한
맑은 소리가 공기 속에 번져나간다.
은은하면서도 또렷한 그 울림은
잠시 멈춰 서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버릴 만큼 섬세하다.
그렇지만 그 섬세함이야말로
마음을 단단히 흔들어놓는다.
풍경이 소리를 낼 때면
나는 문득 베란다 너머의 풍경(風景)을 바라본다.
겹겹이 쌓인 산의 능선과
그 위로 흘러가는 흰 구름들-
바람결에 나뭇잎이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 거림이
풍경의 맑은 울림과 어우러져
하나의 조용한 합주가 된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말 없는 위로’ 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누군가의 다정함이
꼭 언어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 말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마음이 놓일 때가 있다.
풍경이 바람을 받아 울릴 때-
그 맑은 소리 속에서
나는 묵묵한 격려를 듣는다.
창밖의 산이 흔들림 없이
하루 종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그렇다.
그 존재 자체가-
오늘도 괜찮다고 조용히 전해주는 듯하다.
삶은 종종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마음을 다시 고요히 붙드는 힘은
이렇게 잔잔한 소리와 침묵 속에서 온다.
말 없는 위로는
결국
바람이 건네는 울림과
산이 지켜내는 침묵 속에 깃들어 있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수요일마다 이어 쓰는 이 기록이
내 삶에도
누군가의 삶에도
잠시 멈춰 쉬어가는
휴식 같은 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