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가 되는 시간.

뜨거웠던 연애, 고단했던 날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잔잔한 설렘

by 루나린

그를 처음 좋아하게 된 건

내가 입사한 회사에서 선배였던 그가

나에게 업무를가르쳐 줄 때였다.

서툰 내가 자꾸 실수를 해도

그는 한숨 대신

조용히 웃으며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가끔은 답답함이 얼굴에 묻어나기도 했지만

애써 참으며 친절하게 대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가 조금만 잘해도

“잘했어요” 하며

진심 어린 칭찬을 해주던 그 말투-


그 따뜻한 눈빛에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날

반찬으로 생선구이가 나왔다.

나는 평소에

가시 바르기가 귀찮아 생선을 잘 먹지 않는데

그가 말없이 내 접시 쪽으로 손을 뻗더니

생선의 가시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발라서

내게 건넸다.


“이제 먹어요.”


그 한마디가 어쩌면 고백보다 더 큰 울림이었다.

나를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그 세심함이

내 마음을 완전히 열게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사내 연애였기에 조심스럽고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하루의 끝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언제나 따뜻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한 집의 부부가 되었다.


결혼 후에는 숨 가쁘게 시간이 흘렀다.

연년생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우리는 부부이기 전에 엄마와 아빠가 되었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 시절은 분명 고단했고

서로에게

미처 여유를 내어주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틈이 생기고

그 틈 사이로 다시 ‘우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해맑고 따뜻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 덕분에 삶에는 다시 여유가 깃들었다.

요즘 우리는

녹음이 짙어지는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손을 잡는다.

바람이 불고 햇살이 내려앉는 오후-

우리는 말없이도 많은 것을 나눈다.


그가 여전히 참 좋다.


하루의 끝에는 나란히 앉아 재미있는 유튜브 채널을 함께 본다.

피식 웃다가 동시에 웃음이 터지면

고단했던 하루가 조금씩 풀려간다.


예전엔 뜨겁게 사랑했고

지금은 따뜻하게 사랑하고 있다.


모양은 달라졌지만

애틋한 감정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문다.


물론 가끔은

서로의 언어가 달라 부딪히기도 한다.

이해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에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아내이고-

그의 따뜻한 시선을 마주할 때면

언제나 마음이 놓인다.


말보다는 늘 행동으로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 주는 남편.


언제나처럼 곁에 있어주는 그가 참 고맙다.


앞으로도 이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처음 손을 잡던 그날처럼

오늘도 여전히 설렌다.


그리고 그 설렘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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