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있는 그대로 본 것인가?
다섯, 벚꽃과 개나리

by 순야 착지

찰나를 달리는 봄의 빛깔


순야의 명상 노트

대기업 부장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던 시절, 저에게 ‘달림’은 목표를 향한 조급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년퇴직 후 자전거를 타고 동네 어귀를 달리며 비로소 깨닫습니다. 지금의 ‘달림’은 살아있음 그 자체를 만끽하는 찬가라는 것을요. 예순이 넘어서야 비로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감촉이 느껴지고, 길가 꽃들이 건네는 다정한 인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의 시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가로수 길을 지납니다. 머리 위로는 하얀 벚꽃잎들이 눈송이처럼 쏟아지고, 그 아래로는 노란 개나리들이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 손을 흔듭니다. 멈춰 서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속도감 있는 생동감입니다. 벚꽃은 비우며 하늘거리고, 개나리는 낮게 반짝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빛나고 있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풍경 속에서 세상은 온통 꽃의 바다가 됩니다.


순야의 단상


달려라 달려

벚꽃잎 하늘하늘

개나리 반짝


문구 해석

달려라 달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환희를 향해 나아가는 활기찬 정진(精進)의 발걸음입니다.

벚꽃잎 하늘하늘: 가장 화려한 순간에 집착 없이 제 몸을 허공에 던지는 모습에서, 비어 있기에 세상을 가득 채우는 공(空)의 미학을 봅니다.

개나리 반짝: 빠르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도 찰나에 마주치는 깨달음의 빛입니다. 우리 삶의 낮은 곳에는 늘 이렇듯 빛나는 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리 한 구절 : 제법실상(諸法實相)

하늘거리는 벚꽃과 반짝이는 개나리는 그 모습 그대로가 진리의 현현입니다. 천태학에서는 이를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 합니다. 벚꽃은 하얀 벚꽃으로서, 개나리는 노란 개나리로서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낼 때, 그 차별된 존재들이 어우러져 원융(圓融)한 봄의 가로수 길을 이룹니다. 우리 인생 또한 남과 비교하기보다 각자의 본연의 빛을 발할 때,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부처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연재 시간 알림]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 잇는 인연]

팔로우는 무료입니다. 작가의 글을 받아보시겠다는 응원입니다. 여러분의 팔로우와 응원 한마디는 제가 글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순야와 함께 정토(淨土) 같은 일상을 만들어갈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세요.


[평온을 비는 마음]

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