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2화]
머릿속 소음을 끄는 숫자 세기(數)

by 순야 착지

이 방법은 조용한 방이 아니라, 시끄러운 회의실과 막히는 도로 위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상사의 잔소리가 길어질 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어보십시오.

뇌의 과부하가 즉시 멈출 것입니다.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나, 둘' 숫자에 가두는 법

지난 1화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고 '물리적인 숨길'을 텄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아 눈을 감으면, 예상치 못한 2차전이 시작됩니다. 바로 생각의 폭주입니다.

"아, 오늘 김 상무한테 메일 보냈던가?"

"냉장고에 우유 유통기한이 지났나?"

"어제 주식은 왜 떨어졌지?"

몸은 방석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마음은 이미 회사로, 마트로, 주식 시장으로 미친 듯이 뛰어다닙니다. 옛사람들은 이런 마음 상태를 "마음은 원숭이 같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은 달리는 말과 같아 제멋대로 날뛴다(心猿意馬)라고 했습니다.


1. 뇌는 '기본값'이 산만함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는 원래 걱정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해야 맹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맹수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도 이 경보 시스템이 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현직 시절, 멀티태스킹이 능력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공부를 해보니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뇌의 과부하'였습니다. 켜놓은 인터넷 창이 100개인 컴퓨터처럼, 우리 뇌는 쓸데없는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잡생각) 때문에 느려지고 뜨거워져 있습니다.

이 과열된 뇌의 전원 코드를 뽑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천태 수행의 기초, 호흡의 수를 세는 수식관(數息觀)입니다.


2. 숫자는 가장 강력한 족쇄다

수식(數息)은 말 그대로'숨(息)을 센다(數)는 뜻입니다. 방법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숨을 내뱉을 때마다 숫자를 하나씩 세는 것입니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끝까지 내뱉으며... '하나'

다시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둘'

...

겨우 이게 다냐고요? 네, 이게 다입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기술인지 1분 만에 알게 됩니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한 번에 두 가지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합니다. 숫자를 세는 것잡생각을 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의식을 숫자라는 기둥에 꽉 묶어두면, 날뛰던 원숭이(잡생각)는 갈 곳을 잃고 얌전해집니다.

숫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감정도 없습니다. 그 건조하고 중립적인 '하나, 둘'이라는 숫자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드라마틱한 생각들을 싹둑 잘라버립니다.


3. '열(10)'까지만 가라, 욕심내지 말고

수식관을 할 때 지켜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하나에서 시작해서 열(10)까지만 세고, 다시 하나로 돌아온다"

는 것입니다.

왜 100이나 1000까지 세면 안 될까요? 숫자가 커지면 우리 뇌는 다시 딴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 나 50까지 셌어. 대단한데?" 하며 자만심이 끼어듭니다. 반대로 10은 아주 짧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3이나 4쯤에서 "아, 내일 점심 뭐 먹지?" 하는 생각에 빠져 숫자를 놓쳐버립니다.


[실전 가이드]

편안하게 앉아 입을 다물고(작교), 코로 숨을 쉽니다.

숨이 들어오는 건 그냥 두고, 나가는 숨(호흡) 끝에 숫자를 붙입니다.

후우~ (하나), 후우~ (둘) ... 후우~ (열)

열까지 갔으면 다시 하나로 돌아옵니다.

중요: 중간에 잡생각이 나서 숫자를 까먹었다면? 자책하지 말고 쿨하게 다시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열'까지만 세어 보십시오. 아마 '열'을 채우기도 전에, 평생 느껴보지 못한 깊은 꿀잠(숙면)에 빠져들지도 모릅니다. 잡생각이라는 소음이 꺼진 뇌는, 비로소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오백 년의 처방전]

"마음은 원숭이와 같고, 뜻(생각)은 날뛰는 말과 같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밖으로 달린다." (心如猿猴 意如遊馬;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地觀經)』 중에서)

"마음을 한곳에 묶어두는 데는(攝心), 숨을 세는 것(數息) 만한 것이 없다." (攝心在息; 『육묘법문(六妙法門)』 중에서)

"비유하자면 날뛰는 소를 기둥에 묶어두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날뛰지만 끈이 팽팽하여 도망가지 못하고, 결국 기둥 옆에 눕게 된다."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 마음을 다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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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과 마음의 사용설명서>매주 화요알 저녁 8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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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제3화: 숨의 꼬리를 잡고 따라가기 (수식관 隨)

숫자 세기로 거친 잡생각을 잡으셨습니까? 이제는 숫자조차 버려야 할 때가 옵니다. 숫자를 세는 것조차 뇌에게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숫자라는 뗏목을 버리고, 오직 '숨결' 그 자체에 올라타는 단계. 공기가 코끝을 지나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그 정밀한 여정을 CCTV처럼 지켜보는 '수식관(隨息觀)'의 세계로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