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경제 공동체의 에뜨바스
24년 9월 현재 독일의 경제 상황은 나락을 거듭하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의 패망으로 벌써 두 번의 폭망을 경험한 적이 있는 독일이 21세기에 이르러 한 번 더 망하게 되면 삼세판에 이른다.
전후, 대공황의 전조를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이 분야의 석학과 전문가들은 지금 긴장 속에서 유럽의 기술패권국 독일의 추이를 조심스레 목도하고 있다. 과거 공업기술이 곧 생산소득으로 변환되는 구조를 벗어난 소위 신자유주의경제 환경에서는 그것이 부의 지속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담에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버틴다지만, 실제 부자가 망하는 건 도미노처럼 한순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오스 변수인 나비의 날갯짓 효과로 내가 망하기 전까지는 나와 전혀 상관이 없다.
프랑크푸르트 역 주변 뷔페식당에는 어떤 음식을 접시에 담아 오는지를 보고 그 사람의 국적을 판단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자국민 독일인들은 소시지와 감자를 잔뜩 담고, 이태리인은 피자와 파스타를, 덴마크 사람들은 칼스버그와 크림 케이크를, 스웨덴 사람들은 라이비타 크래커와 죽은 물고기를 담아 온다. 도무지 내게는 진절머리가 나고 도저히 맞는 음식이란 어디에도 없다. 얼큰 매콤한 음식이나 하다못해 가락국수 따위마저 뷔페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이것들을 대체할 칼칼한 카레나 타바스코 소스로 범벅한 리소토만큼은 나에게 대체재이다. 먹다가 결국 생목이 오르겠지만...
독일 아가씨들은 사실 되게 예쁘다, 다만 수세미를 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햇빛 좋은 날 점심시간이면 전부 웃통을 홀라당 벗어재끼고 일광욕을 즐기는 직장인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혹자는 이들을 100m 미인이라고 하지만, 스칸디나비아계 서게르만족 여성답게 훤칠하고 비너스 조각상만큼이나 아름답다. 추켜올린 겨드랑이에 수북한 수세미가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허프트반호프 광장 주변 이면도로 골목길에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못난 매춘부 무리들이 불규칙한 시차로 어슬렁거렸다. 나이는 4~50 살가량으로 옷이라고 볼 수 없는 초미니 스커트와 (안강망 인지 쌍끌이 어망인지 모를) 어망 재질의 스타킹을 신고, 기괴한 색상의 립스틱에 가슴은 배꼽까지 쳐진 여자들이었다. 희한하게 로망스어 계통의 유럽 언어와 달리 서게르만계 독일어는 참을 수 없이 역겨운 음역을 지닌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치 포로수용소의 기상나팔소리처럼 들린다.(모르긴 해도 나만 그렇게 들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독일 근처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아가씨들의 발음 일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오리지널이건 가리지널이건 독어 발성은 희한하게도 사람의 치를 떨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그들 중 하나가 내게 'Hey, hübscher Kerl!(어이, 잘생긴 아저씨!)' 어쩌고 하며 징그러운 눈길을 보냈을 때, 나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느라 하마터면 가로수에 뒤통수를 박을 뻔했다! 운동신경이 둔한 내가 나름 날렵하게 가로수를 잘 피한 건 그나마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성매매는 합법인가 불법인가? 이 문제는 그들의 제도에서 법철학의 영역이지만, 이것이 합법화되었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여성들을 악랄하게 합법적으로 착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는 세금이 상상을 초월한다. 1회 100유로를 번다고 치면 하루 세금은 600유로를 내야 하는데, 도무지 이게 장사인가? 봉사인가? 합법인가? 더구나 관할 구청의 관리 사항은 세금신고를 했는가? 세금을 잘 내고 있는가? 뭐 그런 개 같은 탁스(TAX)의 문제일 뿐, 다른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더욱 두드러진 폐해는 합법화의 그늘에 가려져 네버 탁스 (Never tax: 불법성매매) 가 성행한다는 뜻이다. 대륙법의 법철학 논리에 따라 그들에게 라이선스가 있으면 합법이고, 없으면 불법이다. 여기에서 라이선스란 합당한 자격이 아닌 사업자등록증이다. 2002년도 이후 이것이 합법화된 이후로 포주들은 성매매 장소의 임대료를 형편없이 상향된 방식으로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다.
포주가 이들을 호출하는 자전거 벨 얘기는 소주병을 곁에 두고 2박 3일에 걸쳐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그러건 저러건 제도가 합법이건 불법이건, 나에게나 그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이다. 표현에만 있을 뿐 본시 추접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 누구라도 호흡하는 순간에는 기어코 살아내야 하는 법이니.....
르포르타주는 도덕적, 합리적 관용이나 검측, 평가 따위의 자질구레한 잣대를 배제한다. 그래서 듣기에 바람직하거나 아름다운 사실만을 전달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