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경 Dec 18. 2021

구글을 당황하게 하려면?

독수독과이론 유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휴대 전화기의 전원 버튼 하나로 완벽하게 구글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다. 놀랍게도 그 방법은 참으로 한심한데, 그냥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잠시 눌러서 전화기의 전원을 완전히 꺼버리거나 혹은 배터리를 제거하면 된다. (미안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어서 사과폰 사용자들은 이 방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그러면 Google의 서치 엔진은 당황하여 당신의 위치 정보를 추적하려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치고는 뭔지 찝찝함이 있고, 과연 그럴까? 하는 일말의 의심은 바보가 아닌 당신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몫이다. 막상 전원을 끄자 소통이 안되어 주저없이 포기를 유발하는 기묘한 대책임이 분명하다. 불편함 때문이다. 그러나 살인적인 편리함 이면에는 꽁짜가 없다.

  믿거나 말거나 무려 20여 년 이전에 구글의 서치 엔진이 기존의 검색 방식과는 전혀 다른 알고리즘을 지녔으며 신멸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녔다는 것에 대하여 주변 사람 다수에게 언급 하였지만, 그때 그들은 농담을 즐겨하는 엔지니어의 우스게 소리로만 여기거나 그게 본인과 무슨 상관이냐며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컥! 그때 오를만큼 올랐다고 섣부른 오판으로 팔아 치웠던 초창기 구글의 주식...

  생각해보자면 체크 밸브와 같은 획일성을 지닌 일방향의 정보 흐름이란 존재할 수가 없으므로, 적이 나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면 나 역시 적의 표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쉬운 점은 상호 개방된 정보의 흐름에서 나 역시 구글이 수집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야만 하는, 그러니까 소위 헤커 수준의 정보(처리)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멀고도 난해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내가 먹이를 구하는 수단과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절망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알게 모르게 제공된 개인의 정보는 마치 체크 밸브처럼 일방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Google의 서치 엔진에 관한 알고리즘의 실체는 조작된 거짓말이라는 역정보도 존재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놀랍게도 구글은 오로지 서치 엔진이라는 형편없는 단 하나의 무기로 이미 세계의 정보를 쓸어 담아 죄다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일상의 용어가 아니라서 다소 생소하지만, 독수독과이론(毒樹毒果理論)이라는 원칙이 있다. 이 의미는 독이 있는 나무라면 그 나무에 열린 열매도 당연히 독이 있는 열매라는 뜻이다. 그러나 비록 나무에 독이 있어도 열매에는 독이 없는 경우가 있고, 열매는 독을 품었을 망정 나무에는 독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률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맥락을 같이하는 이 원칙은 형사제도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수립된 원칙이므로 독나무에 열린 열매는 모두 독 열매로 간주한다. 

  이것은 위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를 무효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학의 개념이기에, 모종의 증거를 얻게 된 실마리가 위법하다면 무효화한다는 것이니 통칭 '위법수집 증거 배제의 원칙'으로도 불린다. 영미법이나 대륙법을 막론하고 특정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원칙을 준용하여 형소법에 적용하고 있으며, 물론 우리나라의 형소법에도 위법수집 증거의 배제 조항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문제는 수집된 증거의 진위에 앞서 증거 정보의 획득 과정에 따르는 정당함이나 혹은 부당함에 있는데, 구글은 막강한 서치 엔진을 동원하여 지구 상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 있게 주목해야 한다. (결코 무단 수집은 아니라는 증거로 약관을 들이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구글의 약관을 유의미하게 들여다보거나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불편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독수독과이론은 국내에서 만큼은 민소법과 형소법이 다르다. 민소법에서는 증거채증에 관하여 구체적 제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민사소송 절차에서 위법수집 증거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설령 독수독과이론이 민사에서 유효하다고 해도, 개인 간의 다툼이라 증거 또한 개인에 의해 채증 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독수독과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 또한 개인적인 판단으로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저자는 법률가가 아닌 엔지니어로서 쓸데없는 짓이기도 하건만 이런 엉터리 법리가 해괴하여 이 바닥의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민사에도 독수독과이론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수집한 개인 정보를 악용하고 있다는 뉴스나 첩보를 접한 적은 아직껏 없다. 혹여, 당신이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 서버를 통제하는 관리자(root) 입장이 된다면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골이 송연한 얘기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자물쇠는 한 개일 망정 열쇠는 여러 개 일 수 있고, 그 열쇠를 지닌자의 양심을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미있게도 구글이라는 회사의 모토는 '악랄해지지 말자' 이다

  만약 구글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오용을 근거로 민형사상 집단 송사에 휘말린다면 독수독과이론 원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이미 그들은 송사의 주체인 개인들의 모든 정보와 진행 과정을 파악하고 있을 터이니...


사족잔치

사족1: 독수독과 원칙의 예외로, 비록 살구씨는 청산가리를 품고 있지만 살구나무에서는 청산가리의 학명으로 알려진 안화 포타슘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사족2: 당신의 직업이 국가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좌지우지 할 수 있거나, 한 국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전화기나 인터넷을 차단할 망정 구글의 서치 엔진은 당황하지 않는다. 당신은 자연인이자 또 자유인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뭐가 보이는가? 목젖이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