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의미로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에 머물러 있는 어정쩡한 부류를 일컬어 제3 지대라고 칭하지만, 문화 인류적 의미로는 소외계층을 말한다. 계층을 언급하다 보니 언뜻 오해하기에 경제적 빈곤층을 지적함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서의 언급은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이른바 제3 지대란, 어지럽고 아찔한 현대과학기술영역에서 동떨어져 실제 현실적으로외면을당하는 시대문명의 소외자를 뜻한다. 지금의 시대는 과거와 달리오직 인문사회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제3 지대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과학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이공계열의 학문을 좌시하거나 혹은 거부하게 되면 제3 지대의 비극으로부터 탈출이란 불가능하다. 도무지 이게 뭔 헛소리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인 제1 지대(즉, 거시세계)에서 금(金)은 완전도체이고, 자성이 없으며 또한 녹이 슬지 않는다. 반면 제2 지대인 나노수준(미시세계)에서 금의 성질은 반도체이며, 자성을 띠게 되고, 녹이 슨다. 거시 세계에서 금은 식용으로도 가능하지만, 미시세계에서 이온화된 금은 지독한 극약으로 바뀌어 극소량만 섭취해도 즉사하고 만다. 즉, 제1 지대인 거시세계와 제2 지대인 미시세계는 완벽히 상반되는 다른 특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2개의 영역을 포함한 제3의 우주영역을 한꺼번에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20세기의 과학자들은 제3 지대인 우주영역을 설명하기 위하여 물리학에 기초한 새로운 이론인 끈 이론을 도입하여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끈 이론의 완벽한 이해는 극소수의 과학자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식선에서 수긍하기가 어려워 결국 외면 당하고 말았다. 공돌이도 이해하기 난해한 끈 이론을 문돌이가 이해하려면, 아름답고 웅장한 수학으로 겹겹이 포장된 물리학의 기초이론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으므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시대문명의 소외지대로 알려진 제3 지대를 설명해보기로 하자. NFC(Near Field Communication)는 휴대전화, 스마트폰 등 NFC 기능을 탑재한 전자기기들이 근거리 무선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 모바일카드와 교통카드를 대체할 전자지불 서비스 및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도 당연히 가능하며, 블루투스처럼 파일도 전송할 수 있고, 박물관의 전시물 안내 서비스처럼 NFC 태그 가까이에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특정 동작을 수행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이것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은 전혀다른 NFT(Non Fungible Token)가 있는데, 이것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의 약자로 블록 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 NFT는 하나의 NFT가 다른 NFT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자유롭게 교환이 가능한 암호화폐로 쓰기는 어렵다. 대신에 이러한 상대적이자 절대적인 '고유성'이 디지털 데이터의 원본을 증명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디지털 원본증명이라는 명목으로 음원이나 도서파일 또는 그래픽에 NFT를 각인하여 판매되는 상품성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속지말자! 아무리 ‘원본’이라 한들 디지털 암호로 구축된 파일은 그저 컴퓨터 속의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망각하면 곤란하다. 이런것은 절대로 투자가 아니다.)
이 정도의 정보라면 상식 차원이니 하나 마나 한 소리 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누군지로부터 NFT 파일로 선물을 받았다면 이것을 어떻게 접수해야 할까? 상대방이 전송해온 P2P 암호화폐의 성격을 지닌 NFT 파일로 당신에게 인계한선물을 받을 수 없다거나,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낯설고 이상한 선물에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해 한다면? 적어도 당신은 아직제3 지대에발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 결코 섣부른 판단은 아닐수 있다. 다소의 소통장애에 따른 사소한 문제만 있을 뿐 딱히 제3 지대가 결코 불편하거나 또 나쁜것 만은 아니다.
종전에는 단순한 UNIX 명령어 몇 개만으로도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전부를 죽여버리거나, 혹은 허접스러운 DOS 명령어 ATTRIB이나 CHCP, DEL 따위로 상대방의 컴퓨터를 여유롭게(?) 해킹할 수 있었던 참 좋은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UNIX 운영체제의 파생인 LINUX로 비틀려지고, 중저가 대중언어인 C 뿔따구나 이것들의 다른 파생어인 JAVA 따위로 미들웨어 아키텍쳐를 배배 꼬아놔서 보안 상황이 사뭇 다르다.
더욱더 예전의 시대에는, 그저 문자를 읽거나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정보를 장악할 수 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세상은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경우로 뒤바뀌고,점차 더욱 복잡하게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이 당신을 귀찮게 한다거나 변화하는 것이 공포스럽게 느껴진다면? 역시 제3 지대의 구역에 속해있다고 스스로 자백해야 한다.
머리카락 전부가 독사인 괴물 메두사의 목에서 흐른 피가 바다에 떨어져 탄생했다고 전해지는 '페가수스'는 날개 달린 말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천마(天馬) 페가수스'라고도 하는데, 메두사의 선혈과 포세이돈의 입김으로 탄생하였으니, 악랄한 메두사의 유전자가 50%는 전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성신양회라는 회사의 '천마표 시멘트'는 페가수스를 모델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NSO사가 중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할 목적으로 개발한 뒷문(백도어) 프로그램의 이름이 다름 아닌 '페가수스'이다. 개발 당시의 목적과 달리 이 프로그램의 용도가 실제로는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각국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들을 감시하고 사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결국, 프랑스 검찰은 백도어이자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개발한 이스라엘 민간 보안기업 NSO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AFP, AP 통신이 보도하기도 하였다. '페가수스'는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데 쓰이는 초악성 소프트웨어로 안드로이드 폰이나 사과 폰을 불문하고 이것이 휴대전화에 스며들어 해킹을 시도하게 되면 이메일, 문자 메시지, 연락처, 위치 정보, 사진, 동영상 등을 빼내는 것 정도는 식은 죽먹기 수준이고, 통화 내용 감청까지 100%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 에피소드의 결말인 제3 지대란, 다름 아닌 개인의 휴대폰 영역이다. 메두사 유전자가 50%가 함유된 신화 속의 '페가수스'와 개발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인 '페가수스'는 어느 정도 기묘한 유사성이 있음직 하건만, 이건 절대로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만약 자연인이자 자유인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 당신의 휴대전화기 속에 '페가수스'가 암약하고 있다면,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알량한 모든 것은 이미 당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섬뜩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며 지금 서있는 제3 지대라는 무대가 비극의 정점이라는 것도 당신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하, 독자 여러분을 위한 사족을 장황하게 적어봅니다. 페가수스의 감염경로는 어지간한 보안 전문가도 식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더불어 페가수스 최신 버전은 휴대전화의 휘발성 메모리에만 저장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이 뜻은 일단 전화기의 전원이 꺼지면 모든 바이러스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페가수스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악성 바이러스가 함유된 프로그램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취약점을 최대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보안을 엄청 의식하는 한입 베먹은 사과표 휴대전화 사용자도 NFC 방식으로 공격하면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여 지인으로부터 NFT로 선물을 받았다면, 이것을 개봉하기 전에 우선 그 내용물을 제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원치 아니한 일방향의 정보 통로인 NFT가 페가수스의 비상구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