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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Feb 11. 2023

별거 없음을 눈치채야 한다

겁 없이 살아온 차변의 청구항에 관하여

  참 재미없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대부분은 심심찮게 이러한 오류에 빠진다. '어떤 상대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그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고 쉽사리 판단을 한다는 거다.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그런 기대를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거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거나, 세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견디고 있노라는 사실에 관하여 대체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기기만이다.

  하지만 틀렸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슬픈 것이다. 그리하여 기본적인 결말보다 더욱더 슬프다. 그러므로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는 그 뭔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무엇이 되었건 즐겁다면 더욱 좋다. 그러한 즐거움이 당신에게 고통인가? 기쁨인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참다운 사랑일까? 정치와 억압과 예술과 역사와 잔인함과 죽음까지 이겨내는 어떤 것...?

  대부분은 원래 없는 것을 추구하였기에 그대가 지닌 시나리오의 결말은 처참하고 우습다. 우리가 태어난 잔인하고 부조리한 이 세계를 당신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겠는가? 생판 거짓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 고통보다 훨씬 우선한 우아한 세계에서 사는 방법 일 것이다. 

  문명의 혜택 속에서 살건 아마존의 습지나 광야에 살건 생명을 이어가는 한, 우리 모두의 삶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두의 시간, 모두의 힘, 모두의 법, 모두의 기대, 모두의 욕망 따위와 같은 제약들로 하여금 더럽게 고생한다. 다만 고생을 아름답게 포장하려 하는 딜레마 속에서 억지로 답을 구하려는 의지가 있을 따름이다.

  각자의 삶에서는 정점과 굴곡이 있고, 기쁨과 절망도 있으며 위대한 승리와 고귀한 패배도 있다. 고귀한 패배? 대단히 멋있어 보이지만 전혀 모르고 하는 헛소리다. 과연 당신은 패배를 진정으로 이해하는가? 당해보면 알지만 그 후유증은 지겹고 치사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람들의 경험이란 거의 동질이며 공통분모를 지닌다. 사랑과 섹스와 성공? 다른 사람은 결코 이런 경험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람들 모두가 다 겪는 일이다. 

  질병, 이별, 가난, 고통, 죽음? 당신은 혼자서만 이런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에! 누구나 몇 번쯤 겪게 되는 흔해빠진 현상이다. 이러한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을 겪고 난 후 갖게 되는 태도는 둘 중 한 가지이다. 하나는 홀로 고립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편성을 수용 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수단으로 그 경험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누구나 한번만 사는 일생에 대단히 무겁게 의미를 부여해 온 당신은 인생참 별거 없음을 빠르게 눈치를 채야만 한다. 성취라는 진통제의 효과는 순간일 뿐 지속성이 없다.


  수학자 드 무아브르는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노년에 들어 그는 자신의 수면 시간이 더러 불규칙할 때도 있건만 거의 매일 15분씩 차분 순열 규칙으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드 무아브르는 1754년 11월 27일에 이르게 되면 결국에는 수면 시간이 24시간 이상에 이르게 될 것이고, 이 날 자신이 사망할 것을 예측하였다.

  실제로 드 무아브르는 그 자신이 예측한 대로 이 날 런던에서 행복하게 사망하였다. 정직하고 정확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이다.


  내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공학자는 드 무아브르의 방정식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교통사고나 불치병의 발견과 같은 예측불허의 돌발상황을 제외한 자신의 설계수명을 어렴풋이 계량하지만 발설하지 않는다. 제 자신이 죽는 날을 미리 안다는 것이 더럽게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돌로 파리를 때려잡는(?) 허튼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이란 무섭고 예리하지만 사실이라는 무뢰한에게 힘없이 짓밟히기 일쑤고, 외면당하기만 하는 고결한 무가치와 다를 바 없다. 진실을 알고 있다 한들 어디에서 고작 라면 한 끼의 가치와 맞바꿀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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