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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May 18. 2023

큰스님과 동자승의 문답

  저녁 예불을 마친 암자의 동자승이 삼성각 소제를 하러 올라가던 차에 108 계단에서 숲으로 향하던 스님과 마주하였다. 동자승이 큰스님 그쪽은 길이 없는데 어디로 가시나요? 큰스님이 숲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 다람쥐 밥 뺏으러 간다고 답하였다.

  큰스님이 보시기에 동자승의 낯빛이 예전 같지 않아 질의하기를, 악아! 무슨 걱정이 있느냐? 하니 머뭇거리던 동자승이 속삭이듯, 큰스님! 제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하니 큰스님이, 뭔 쉰소리를 하는 거냐? 사타구니에 털이 난 게 아니고? 라며 은은한 미소를 지으셨다.

  동자승이 화들짝 놀라 다시 여쭙기를, 제 머리를 밀듯 이것 들밀어야 하나요? 하니 큰스님 왈, 악아! 네가 바야흐로 사바에 니르 접하였구나... 밀지 말거라..! 하시니 동자승 왈, 머리에 돋아난 것을 밀었으니 응당 밑에 돋은 것도 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잠시 침묵으로 숨을 고른 큰스님이 동자승에게 다시 이르기를, 몸은 한 개이지만 그 속의 마음은 여러 개고, 공부에 방해가 되니 드러난 것은 밀어 감추, 이미 감춰진 것까지 들춰내 밀어야 하겠느냐? 밀게 되면 잡초처럼 자라 리느니, 말리면 또 밀 수밖에 없는 법! 밀거나 말거나 네 좋을 대로 하되, 바나말릴 수밖에 없는 법이다. 동자승이 개미 소리로 왈, 니르인지 바나인지 저는 잘 모르겠고요...  아래에, 죄다 뽑아버리는 왁싱이라는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하고 말끝을 여미니 큰스님께서, 살려고 솟은 거니 내버려 두는 것이 마땅하다. 몸의 일부도 당연히 몸인 법... 잡초를 뽑아낸들 뭣하겠느냐? 줄기차게 또 자라는 법이다. 살려고 나온 것을 뽑아 죽이면 다른 것들은 어쩌겠느냐? 살려고 남의 피를 빠는 모기가 밉다고 죄다 없애 버리면, 모기약을 팔아서 섭생하는 자들은 어쩌라는 말이냐..? 살고자 비집고 나온 것들은 이유가 있으니 그냥 둬야 한다. 악아! 이제 너도 섭생의 악다구니를 배워야 할 때가 구나... 조만간 하산할 채비를 하거라,  산아래로 내려가 탁발 공부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하셨다. 이윽고 동자승은 삼성각에 이르러 큰스님께 합장하고, 큰스님은 다람쥐 밥을 뺏으러 총총 숲으떠났다. 


  절간에서 큰스님이 사려하면서도 어려워하는 존재는 놀랍게도 동자승이라는 얘기가 있다. 티 없이 무구하고 청량하며 천진하기 때문일 수 있다. 동자승이 산스크리트어인 니르와 바나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세월을 더하여 사미승으로 성장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크나큰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번뇌와 마주할 것이다. 탁발공양은 다람쥐 밥을 빼앗는 노동공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겹다.


  학술지 네이처가 소개하는 모기 멸종에 따른 과학계의 우려는 심각하다. 종 전략을 추진하기 전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다. 모기는 나비나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먹이 공급원으로서 역할이 생각보다 다. 모기 성체는 물론이고 애벌레 어류나 식충 , 식물 그리고  조류 종의 먹이 사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며, 이들을 완전히 멸종시켜 제거하게 되면 생태계 균형에 예상치 못한 재앙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모기의 멸종은 말라리아나 뇌염 사망자를 감소시킬 수 있을망정, 인간의 면역력 저하를 초래하여 막대한 의료비 증가를 경고하기도 한다.


  그건 뭐 그렇다 치고, 만약 모기를 멸종시키면 중국의  사천성에서 경험할 있다는 도시전설로 알려진 모기눈알 요리까지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죽음과 바꿀 수 있다는 맛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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