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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Jul 05. 2023

돈벼락의 허접함에 대하여

추접해지지 않으려면 정당하게 벌어야 한다.

  혹여, 로또 복권의 수학적 확률을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한국에 로또가 도입된 초창기에 어지간한 과학자나 공학자치고 로또의 확률 계산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안다. 물론 수학적 기초지식을 탑재하고 있는 이공계분야 공돌이를 제외한 문돌이라도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적어도 본인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정도는 계산을 해봄직하다.

  와중에 당첨 확률을 높여준다거나, 족집게 식으로 로또 번호를 예상해 준다거나 하는 사기성 광고도 난무하니, 이런 사기수법에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추천하거나 엉터리로 찍어주는 숫자에 수학적 확률계산 근거가 있는지를 문의하여 검증해야 한다.

  세상에는 참 별의별 사기가 판을 치고, 이런 사기극에 부하뇌동하여 적극 가담커나 동조하는 부류가 있으니, 그들도 그들만의 애교적(?) 영업이 가능한 모양이다. 썩은 게 있어야만 파리가 꼬이듯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대단히 복잡해 보여도 지극히 단순하다.


  로또의 번호 선택은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선택하는 것인데, 가능한 조합의 수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C(45, 6) = 45! / (6! * (45 - 6)!) = 8,145,060


여기서 C(n, r)는 n개 중에서 r개를 선택하는 조합의 수를 의미한다. 로또 1등(6개 숫자 일치)에 당첨될 확률은 한 장의 로또 티켓이 1등에 당첨될 확률로 계산될 수 있다. 따라서 확률은 다음과 같다.

1 / 8,145,060 = 0.00000012273804 --> 이 확률은 그야말로 비 오는 날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훨씬 은 확률임을 알 수 있는 계산의 결과 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락은 매주 알수 없는 누군지에게 떨어진다. 물론 벼락 사건없이 꽝으로 지나가는 몇 주일도 있지만...

  로또 2등(5개 숫자와 보너스 번호 일치)에 당첨될 확률은 로또 번호 5개를 맞히고 보너스 번호 1개를 맞혀야 하므로, 번호 5개를 맞히는 조합의 수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C(6, 5) = 6! / (5! * (6 - 5)!) = 6


  로또 번호 5개를 맞히는 조합의 수는 6개이므로, 보너스 번호를 맞추는 확률은 1/6이다. 따라서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은 다음과 같다.

(1/6) * (1/8,145,060) = 0.000000244


  비록 2등 이라지만, 이 경우의 확률 또한 천둥 잦은 날 야외에서 우산 들고 설치면 벼락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로또 3등부터 5등까지의 당첨 확률은 숫자의 일치 개수에 따라 다르지만, 당첨될 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은 위와 유사하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각 등수별로 당첨 확률을 구할 수 있지만, 1등이 아닌 다음에야 행운의 돈벼락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판단해야 한다. 씁쓸하게도 참으로 쓸데없는 계산을 오랜만에 다시 한번 해본 셈이다.


  언젠가 내 주변의 모임에서 로또 복권의 당첨 확률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별 관심이 없어 토론에 시큰둥한 처지였다. 와중에 누군지 나를 지목하며 질문하기를 로또를 한 번에 몇 게임씩 사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런 거에 관심도 없고 사본 적도 없노라고 답변을 하였더니만, 충격적인 한마디가 총알처럼 내 머리통을 후비고 지나갔다.

"있는 것들은 로또에 관심이 없다더니만, 소위 있는 것들 축에 속하시는군요...!"

"..........?"


  이미 확률을 계산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로또를 사야 하는 미친 짓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솔직한 내 답변은 비아냥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들 축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박아버린 샘이다. 그 사건 이후부터 있는 것들 축에 속하지 않는다는 핑계이거나, 내 확률계산에 혹시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행성이 농후한 기시감에서, 가능성 0%와 기대치 0.01%, 예상 부도율 99.99% 유가증권 임을 알고서도 꿈자리가 심난하게 사나울 경우라면 액땜삼아 가끔은 로또를 구입한다.

  특히, 해외로 출장을 나갈 경우라면 공항으로 출발전 한 장 정도는 의무적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항공기 출발용 탑승구의 대기석 쪼그리고 앉아 속으로 이렇게 기대하곤 한다. 오냐! 내가 돌아와 다시 이 땅을 밟았을때 혹여 나는 돈벼락에 허위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얼마 후 귀국하여 확인하게 되면 부도율 99.99%를 실감한다.

  기억해 보자면, 여태 살아오면서 어쩌다 마주 할뻔한 요행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미 확률로 계산되어 정량적으로 평가된 당첨 불가능성의 확률은 아직껏 틀리지 않았다. 비록 그렇기는 하되, 불가능성을 현금주고 구매하는 미친짓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최소한 일말의 가능성이 있음에 그것을 구매하므로, 이름하여 그것을 희망이라 칭한다. 


  현금으로 살수있는 가장 저렴한 희망이 복권인 샘이지만 유효기간에 따른 절망의 시기가 너무 빨리 도래한다는 점이 유감이다. 그렇다고 기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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