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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Jun 29. 2023

사생아라는 약점의 내부 에너지

인류의 역사를 뒤집어 놓은 호로자식들

  호로자식은 아비를 모르거나 태생의 근본이 의심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욕이나(혹은 비속어)로 통한다. 본 뜻은 아버지가 없거나 출산한 어머니가 사라지고 없는 상황에서 성장한 사람을 지칭하여 본시, 홀(로)의 자식이라는 해석이 있다. 호로자식의 원뜻은 막되게 자라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을 얕잡아 통칭하는 말이다. (ex: MZ 세대들에게는 생소한 '이런, 싸가지 없는 호로자식 같으니!'라는 질펀하고 찰진 욕설이 있다.)

  고상한 표현으로는 사생아(私生兒)라고도 하지만, 이는 호로자식과 다소 다른 의미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결혼이나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가 아닌 특별한(?) 사정의 남녀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를 일컫는 말이며, 이와 동일한 의미지만 부드럽게 열처리를 하여 순화시킨 표현으로는 혼외자(婚外子)라고도 한다. 남녀 어느 한쪽 또는 둘 다 결혼한 배우자가 있는 기혼이거나, 미혼의 상태에서 임신한 이후 결혼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생아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어선생이 아닌 다음에야 쓸데없는 구분이고 그게 그거로 통용된.


  각설하고,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파헤치고 뒤적거려 심심한 추적을 해보자면, 의외로 호로자식(사생아) 출신의 걸출한 인물들이 허다하다. 이 사실들은 오래전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원고를 써왔지만 아직 탈고를 못한 미완성 초고 '과학사의 음지'를 집필하며 수집한 자료에서 발췌하였다.   

  이미 브런치에 발표한 적이 있던 쪽문인 "인류 멸망의 특이점에 대하여" 및 "행복한 죄책감에 대하여" 편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아이작 뉴턴'과 '스티브 잡스'는 둘 다 사생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록 결혼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사생아라는 용어를 적용하기에 다양한 문화적 혹은 제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 탄생 그 자체가 축복이지 배경이 사생아면 또 어떤가?

  뉴턴(1643-1727)은 한나 아이스코본인과 동명인 아이작 뉴턴 시니어 사이에서 태어났고, 출생 당시 미혼이었지만 나중에 서류상으로 혼인하여 그의 출생을 합법화했다. 이 사실로 하여금 정체성이 결여된 세기의 천재인 뉴턴은 평생을 '쌍놈 컴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혹여, 뉴턴이 조선에서 출생하였다면, 효종과 숙종을 걸쳐 영조의 시대를 살았으니 출신성분으로 하여금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마저 박탈당하여 노비나 머슴으로 살며 거지꼴을 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조안 스키예블아돌프 페터 젠더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스티브가 태어났을 때 미혼이었고, 궁핍한 처지의 스티브는 태어난 직후 폴과 클라라 잡스에게 입양되어 잡스라는 성을 내려받게 되었다. 뉴턴과 잡스는 모두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출생의 배경을 둘러싼 시대와 환경이 다르고 지정학적 요소나 전통적 의미에서 사생아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한국적인 용어로 호로자식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이외에도 출신성분은 사생아 이건만,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명멸해 간 명사들을 세부터 근세까지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예술, 과학 및 공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탈리아 박식가였다. 그는 농부인 카테리나와 공증인 세르 피에로 다빈치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알렉산더 포퍼(1688-1744): "The Rape of the Lock" 및 "An Essay on Criticism"과 같은 작품으로 유명한 영국 시인이자 풍자가였다. 그는 리넨 상인인 Alexander Pope Sr. 와 Edith Pope 사이에서 태어났다.


- 장자크 루소(1712-1778): "사회계약" 및 "에밀"과 같은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철학자, 작가 및 작곡가였다. 그는 Suzanne Bernard와 Isaac Rousseau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워즈워드(1770-1850): 낭만주의 운동과 관련된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었다. 그는 변호사인 John Wordsworth와 Ann Cookson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루이디히 반 베토벤(1770-1827):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으며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Johann van Beethoven과 Maria Magdalena Keverich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찰즈 다윈(1809-1882): 자연의 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공식화한 영국의 박물학자이자 생물학자였다. 그는 의사인 Robert Darwin과 출생 당시 미혼이던 Susannah Darwin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오귀스트 콩테(1798-1857):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실증주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사회과학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식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Louis Comte와 Rosalie Boyer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프랑스 화가이자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로의 전환을 주도한 중심적인 인물이다. 그는 Auguste Manet과 Eugénie-Desirée Fournier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헨릭 입센(Henrik Ibsen, 1828-1906): "인형의 집"과 "헤다 가블러"를 비롯한 사실적인 드라마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극작가였다. 그는 Knud Ibsen과 Marichen Altenburg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제임스 조이스(1882-1941): 아일랜드 작가이자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더니스트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John Stanislaus Joyce와 Mary Jane Murray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오스트리아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였다. 그는 양모 상인인 Jakob Freud와 Amalia Nathansohn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장 폴 사르트르(1905-1980):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실존주의 사상가였다. 그는 결혼하지 않은 Anne-Marie Schweitzer와 Jean-Baptiste Sartre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알베르 카뮈(1913-1960):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와 같은 작품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실존주의 사상가였다. 그는 Lucien Camus와 Catherine Sintès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J.D. 샐린저(1919-2010):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였다. 그는 Sol Salinger와 Miriam Jillich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 이하 생략 -


  여기에 나열하고 있는 명사들은 중근세 이후부터 극히 일부분 만을 서술하였고, 더 이상 열거하면 허튼소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과감히 생략을 하였다. 호로자식과 사생아는 욕지거리나 비속어 일지는 모를 망정, 이들 중에는 비천한 출신 성분이나 탄생 배경에도 불구하고 각자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완성하였다.

  그들이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서 이룩하고 발굴한 은 그 사람의 배경이 반드시 그의 위대함에 대한 잠재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잠재력? 열역학적으로, 외부 유입이 없는한 물질에는 열이 존재할 수 없고 오직 내부 에너지만 존재한다. 이게 궁금한가? 당신이 공학도가 아닌 다음에야 전혀 궁금해야 할 이유 없다. 먹이 구하는 방법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우주 시간으로 지구인의 일생을 견주어 보자면 불과 몇 초에 해당한다. 그건 내가 함부로 하루살이를 죽이지 않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한다. 극히 잠시동안 지구별에서 유유한 소풍을 즐기다 명멸해 가는 하루살이와 내가 별반 다를 바 없다. 단 하루를 살다가 먼지로 환원이 될지언정 살아있는 날의 날개짓과 사상의 표현은 중요하다. 이것이 내가 뭔지를 끄적거리는 이유가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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