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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Feb 14. 2024

산은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힘든 운동의 필요성 

옛 성현의 말씀 중에 `그 위치에 서기 전에 함부로 그것에 대하여 논평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즉 언듯 보이는  상황을  마치 다 아는 듯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며  실제로 그 일을  담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입니다.


필자는 자전거를 즐겨 탑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종주를 3회 시도하여 2번을 완주하였습니다.


5년 전에는  3박 4일이 걸렸지만 작년에는 2박 3일에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하루에 17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거리입니다.


자전거 초보자들은  쉽지 않은  거리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 포기합니다.

저도 처음엔 10km를 타기가 어려웠습니다.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엉덩이가 안장에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을 요구합니다.


첫 주엔 10km를 갈 수 있었다면   다음 주엔  20km를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횟수를  늘이다 보면  어느새 50km도 가볍게 완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근육은 정직합니다.  자극을 받는 만큼 성장하고  반대로  내버려 두면  퇴화됩니다.

힘든 노동이나 운동을 하고 난 뒤  근육통으로 절뚝 절뚝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그 순간이  근육이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순간입니다.


지속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지근(遲筋)은 많은 산소를 요구하므로 혈관의 분포가 많은 편입니다. 

이는 넓은 논에 물대듯이  혈압이나 혈류에  많은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게 되어  심장과 뇌혈관계에 미치는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경감 시켜  혈관 건강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심장과 폐도 초기에는  근육이 자랄 때 오는 근육통처럼   부하를 받아야  심폐 기능이 발달합니다.

심장과 폐는  자율 신경이 동시에 작용하여  마치 자동차 엑셀을 밟으면  연료 분사 증가와 동시에 공기 흡입량이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처럼  같이 작용합니다.


겨울 날씨에  2달을 쉬고 지난주 모처럼 자전거를 탔더니  평소 70km를 가뿐히 가던 곳을  헥헥 거리며 50km를  타기도 힘들었습니다.


2달이라는 공백은  그만큼의 퇴행을 불러왔고  묵은 때 청소하듯이  근육과 심장에  무리를  주어  빨리 평소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자극은 반응을 유도하고  그 반응이  변화를  부르고 변화는 운명을 개척합니다.


인간은 동물(動物)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숙명으로 타고났습니다.

과거 자연에 기거했을 때는  사냥을 위해서 죽어라 짐승 뒤를 쫓아다녔고   농작물 재배를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나르는 일을  당연하게 하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문명의 발달이  생활방식을  바꿔버렸습니다.


힘든 일은 기계가 하고  넘치는 영양 섭취에도 그 에너지를 소모할  행위는 부족해지는, 먹이 사슬의 정점에서 누리는 호사 이상을 구가 하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듯이  과잉으로 저장되는 에너지 또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항상 굶주림에 대한  아픈 기억을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으므로  남은 에너지를  가능하면 저장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방으로  차곡차곡 채워놓고 있으며  이것이 과잉으로 저장되어 대사 장애를 유발하게 됩니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며칠에 한번 사냥을 성공하면 체중의 절반 가까이 포식을 하다가도  며칠씩  굶기도 하는 등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에  있을 때 가능하면 많이 먹고 체내에 저장하려고 하는  기전을 가지는데 인간 또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잉여의 시대에  현대인들은 그것으로 인한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과 1~2세대 전에만 해도 살찌는 것이 부럽던 세상에서  지금은 너 나 할 것 없이  살에 대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질병의 패턴도 그러한데   과거에는 영양이 부족하거나 위생 불량 등을 원인으로 하는  질환이 많았다면  근래에는  정반대로 과잉 축적으로 인한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삶의 목적이 맛있는 것에  염두에 둔  미식가를  떠 올리지 않더라도  식욕은 본능이므로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맛있게 먹으면서도  과잉 축적되지 않게 하려면  당연하게 소모량을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겠지요.


인류(생물) 역사에 잘 먹어서 문제가 된 경우는 없지만  항상 기아로 인하여  질병 및 사망에  이른 경우는 너무나 허다했기 때문에  생체는 가능한 에너지 절약 효율을 올려  에너지의 낭비를 막는 쪽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현재 섭취하는 음식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충분히 소모시킬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장기를 지나면 대부분의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나잇살`이 그 예입니다.


성장기에는 과잉섭취하더라도 키나 체구의 부피 자람으로 운용되지만  성장기를 지나면서  쓰일 데가 없어진  에너지원은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축적된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마라톤처럼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이 요구됩니다.

운동 초기에는  체내에 임시 저장된  ATP를  소모하게 됩니다.


운동을 하면서  배가 고파지는 것이 비로소  체내에 저장된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걷더라도  3~4시간 이상  지나야 나타나며  운동의 강도에 따라  가감됩니다.


가벼운 운동이 예금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몇 시간 이상의 지속적인 운동은 적금을 깨는 것과 같아  비로소 체형의 변화를 유도하기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권유합니다.

그 과정은 힘들지 모르지만  끝냈을 때의 성취감뿐만 아니라  몸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노폐물(지방, 콜레스테롤 등)을 깨끗이 태워버림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뿐만이 아니라  조깅, 등산, 하이킹 등  어떤 종류라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심장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추천합니다.


1954년 이전에만 해도 미국에서는 숨찬 운동이 심장에 무리를 준다고  주의를 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업에 따른 심장병 사망률을 보니까  심한 노동을 하는  부두 노동자나 건설 노무자들이 가장 심장병 빈도가 낮았고  적당히 움직이는 직업군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심장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엔  적극적인 운동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합니다.(현대 의학의 역사 참조) 


일부  전문가들은  과한 운동이  좋으니 마니 하고,  운동선수 중 단명한 케이스를 들어 운동 무용론을 제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저희 한의사 동기 중에서도  같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반면  운동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서는  더더욱 운동이 얼마나 건강 유지에 중요한지, 육체적 부하를 받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앓고 있는 질병들은 기저에 운동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역으로  대부분의 질환들은  활력 있게 움직임으로써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운동으로 숨이 차고  헉헉거리며 땀을 흘릴 때  활성 산소가 와해되고  혈액 순환이 촉진되며  노폐물이 배출되어  우리 몸 세포 하나하나가  기지개를 켜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한다면 병원은 존재 이유가 없어집니다. 물론 한의원도 비슷하지요.

낮에 열심히 몸을 움직이면 저녁에 적당한 피로로 숙면을 하게 되어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찾게 되면  질병이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의료인은 외상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운동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운동의 적절성과 효과 유무를  임의로 설정해버리는 것은

머리말에 언급한  것처럼 성급하고,  정확한 효과에 무지한  선무당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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