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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양약고미(良藥苦味)

by 정희섭

쓴소리는 당장 듣기에는 거슬리나 정곡을 찌르는 말로 그릇된 행위나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훈계(訓戒)로 받아들이기에 긍정적 작용이 많습니다.


달콤한 유혹, 쓴소리 등 맛에서 기원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쓰다(苦味)라는 말은 유쾌한 느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종종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상에서 나태해진 행실을 바로잡아주는 쓴소리처럼, 인체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쓴맛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어 보입니다.


양약 고미(良藥苦味-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란 말이 한약을 복용할 때마다 상기되는 단어입니다.

한약 맛이 보통 씁쓸하여 미간을 찌푸리며 삼키고 사탕을 찾기도 하는 모습이 쉽게 연상됩니다.


이왕이면 달짝지근한 맛있는 처방을 하면 되지 않나? 궁금하실 만합니다.


인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원이나 영양소는 태양에너지를 식물이 흡수한 것을 바로, 또는 한 다리 건너서 취득한 것입니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 과당 같은 단순당을 만들고 이들을 재료 삼아 녹말 같은 에너지 저장원이나 또는 마치 구슬 꿰듯이 단순당을 축합 시켜 셀룰로오스 같은 식물 섬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을 비유하면 단순당은 레고 블록 낱낱의 해당되고 조직은 단순 당인 레고 블록을 촘촘히 조합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또한 식물은 외부 환경의 변화나 곤충의 침범 등에 대항하기 위해 질소(N)를 포함하는 구성 성분으로 대응 물질을 만들게 합니다.


호르몬이나 조직, 효소, 유전 물질, 면역 등 생체 작용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물질이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아미노산이라는 전구물질이 모여서 단백질을 만듭니다.


기본 레고 조각 20종류로 공룡을 만들기도 군함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움직이는 동작 기계까지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20가지 필수 아미노산으로 만드는 단백질의 종류와 작용도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봄 새싹은 생체 물질이 막 생성되고 집착되기 전이어서 비록 독성이 있는 고사리, 원추리 등이라도 데치거나 말려서 복용할 수 있으나 어느 시기를 지나면 조직이 딱딱한 것도 있지만 독성이 강해져서 먹을 수가 없어지게 됩니다.


눈이 내릴 때 눈송이 하나는 아무 작용을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압축이 되면 눈싸움에 코피가 터지게 되는 강한 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영양분이 분해되어 낱개로 흩어지면 흡수가 잘 되므로 인체는 매우 선호하는데 단맛이나 맛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응축된 물질은 분해가 힘들고 체내에 들어와서 어떤 형태든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부하게 되는데 흔히 쓴맛으로 표현됩니다.


쓴맛은 마치 회초리로 작용해서 게으른 정신 상태를 추스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경우 몽둥이로 상해를 입힌 듯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잘 맞으면 약이고 아니면 독으로 작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위험성을 내포한 쓴맛을 복용 시 인체는 자기 보호 본능으로 경계를 늦출 수 없으므로 일단 거부 의사 표현인 셈이지요.


쓴맛은 묵직한 한 방으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응축체가 인체에 미치는 작용인데 한의학은 그 긍정적인 부분을 학술적으로 취합하여 병증에 치료제로 운용하는 의료, 학문입니다.


못 먹고 영양이 부족한 경우라면 빨리 흡수되는 에너지원의 공급이 우선이니 꿀물이나 설탕물처럼 달콤하거나 별로 쓰지 않은 사군자탕 팔물탕류를 많이 사용합니다.


과거 살기 어려웠던 때 기아로 인해서 오는 경우에 설탕물이나 사군자탕 등은 구급방이었습니다.

현대에는 반대로 충분한 칼로리를 공급받아 과잉인 세상이므로 정 반대의 처방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칼로리의 공급은 성장이나 에너지를 태우는 방법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운동이나 숙면 등으로 해소시키지 못하면 화(火)로 태우게 됩니다.


흔히 갱년기, 화병이 이런 경우인데 쓴맛의 한약재 중에는 마치 원자로의 흑연 감속재가 중성자를 흡수하듯이, 인체의 화를 제어해 주는 작용을 가진 것이 있습니다.


양약고미(良藥苦味)가 현시대에는 많이 요구되고 있는 까닭입니다.

톱니처럼 인체는 필요한 부분을 탐하기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약이라도 맞지 않으면 거부하고

반대로 필요하면 쓴 약도 달게 느끼게 됩니다.


가령 인삼을 어떤 사람은 달다 하고, 반대로 쓰다고 표현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체질이나 현재의 컨디션에 따라 기호가 달라집니다.


어제 손위 누이가 전화로 曰 `3살짜리 외손자가 쓴 약이 들어간 탕약을 한약이 맛있다`라고 했다며 컵에 남은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는 모습에 신기하다 했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이 지배하므로 인위적으로 강제할 수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가림 없이 표현합니다.


醫者(의료인)는 퍼즐처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제시할 수 있으면 환자는 저절로 회복됩니다.


요즘 세상은 당근보다는 쓴소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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