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편협한 속박으로부터

by 정희섭

2017년 고등학교 시절 등하교 목적으로 타던 자전거를 거의 40년 만에 타게 되었다.

이미 자전거를 즐기는 동기들도 있었고 같이 타자라고 권유도 받았었지만 당시에는 산행에 꽂혀 있던 때라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3박 4일로 서울에서 부산 자전거 국토 종주하는 사연을 보았는데 가는 도중에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현실감 있게 편집되어 몇 번을 반복해도 지루함이 없었다.


그러기를 한 달, 마침내 첫 번째 버킷리스트로 정해졌고 당장 17만 원 삼천리자전거를 구입하고 40년 만에 제대로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마음은 40년전 푸릇한 고교생인데 현실은 10km를 타기에도 엉덩이가 너무 아파졌다.

국토 종주라는 목표가 없었으면 계속 탈 이유가 없을 정도로 갈등으로 다가왔지만 두 번째 라이딩에서는 20km까지 견딜 수 있었고 3번째는 30km로 점점 엉덩이의 내성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여름휴가를 맞이하자마자 그날 저녁 8시 집을 떠나

70km를 달려 새벽 1시에 여주에서 1박 하면서 국토 종주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중간중간 만나고 겪게 되는 풍경과 사연이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과 클로즈업 되면서 데자뷔 현상처럼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지 않았다.


밤에 송아지만 한 고라니가 코앞을 스쳐가고 여름 폭염 주의보 속 다리 밑에서 하염없이 넋 잃고 멍 때리던 풍경 등등이 추억 창고에 고스란히 쌓였다.


그렇게 수요일 밤에 출발해서 토요일 정오에 부산에 도착하였는데 꾀죄죄한 몰골이었지만 의식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육체적 활동은 마음속의 잔재를 청소하여 정신을 맑게 한다는 내용 그대로였다.


2년 전에 국토 종주 같은 길을 다녀왔는데 익숙하고 몸이 더 적응을 해서인지 2박 3일에 가뿐히 해결하였다.


근육은 사용할수록 발달되고 근 세포의 부피도 팽창하게 되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위축되어 버린다.

근육이 위축되면 관절통이나 요통 등이 빈번해지는데 근육의 위축은 근육 양단의 힘줄을 당기게 되고 연이어 관절 부위에 있는 인대가 힘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근력이 약해진 사람이 운동을 하게 되면 다시 근육이 발달되는데 근육 부피 자람을 하는 과정에 근막이 터지게 된다. 마치 헐크가 화가 나면 셔츠가 찢어지는 현상과 같다.


이때는 반드시 통증이 수반되는데 안 걷다가 오랜만에 멀리 걷거나 산행을 하면 다음날 종아리나 허벅지가 뻐근하게 아프고 절뚝대는 이유이다.


때로는 이런 근육통은 근육의 수축을 유발해서 인대가 당기는 족저근막염, 발목관절 염좌 같은 현상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계속 운동하다 보면 저절로 없어진다.


더 좋아지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에 불과한데 일부 전문의들은 이를 침소봉대하여 그런 운동은 해가 된다느니 하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연골은 운동을 하고 압박을 주는 것이 재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반대로 연골이 닳는다고 현혹시켜 관절 건강에 심각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쉬엄쉬엄 적당히 해서 얻는 것은 없다. 좋은 성적, 결과를 얻기 위해 코피도 흘리고 집중할 중요한 과정에

옆에서 현실에 타협하고 쉬게 하는 것은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더 큰 성취를 포기하게 하는 위험한 유혹이다.


마라톤을 완주해 보지도 않고 달리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큰 산을 내 집처럼 다녀보지도 못한 제3자가 산행이 건강에 어쩌고저쩌고하여 제동을 거는 일부 전문가들의 편향된 견해는 심히 우려스럽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은 조금씩 저하됨이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량을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얼마든지 상쇄시키거나 줄일 수 있다.


혼자 사는 호랑이가 늙었다고 사냥을 포기하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제 명을 다할 때까지 죽기 살기로 뛰어 사냥을 하고, 또한 영양들도 안 잡혀 먹히려고 죽기로 뛰어다닌다.


그러다 수명이 다 되면 하루 이틀 조용한 곳을 찾아 잠자듯이 삶을 맺는 것이 순리이며 이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옛날에는 어르신들도 연세가 높아도 집안일을 하시거나 농사를 하시는 등 열심히 사시다 주무시듯이 깨끗이 삶을 하직하시곤 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나이가 들어도 몸을 쓸 일이 없어지는 바람에 활동량이 줄어 근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마당에 우연히 힘을 써게 되면 당연히 관절통이 오게 되지만 이 또한 오진하여 더 운동을 조심하게 유도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기 쉽다.


운동 부족은 근골격계의 위축과 능력 저하를 부르고 약간의 움직임에도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끝없는 순환에 빠진다.


결국 수명은 수년이나 남았지만 신체의 무력함과 통증으로 요양원이나 병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질이 매우 저하된 상태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운동 부족은 곧바로 뇌 건강과 심혈관계에 충격으로 다가와 치매, 중풍, 심장병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생활의 달인도, 100리 길을 완주한 마라토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며 하나의 목표에 얼마나 집중을 하고 노력하였는가의 결과물일 따름이다.


그 과정은 수많은 통증이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묵묵히 견디고 이겨낸 보상인 셈이다.


테니스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하더라도 발목을 삐끗하거나 어깨관절, 손목에 통증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좋아지는 과정일 뿐으로 계속하다 보면 저절로 해소됨에도 불구하고

위한답시고 조심하라, 60이 넘었으니 그런 격한 운동은 하지 마라 하는 조언들은 사탕발림임을

알았으면 한다.


인체가 지닌 무궁한 능력을 인지하지 못한 소치이다.


과거 우리네 부모님이 삶의 현장에서 일하시다 아프다고 그만두셨을까?

혼자가 아니라 딸린 자식들 생각하면서 묵묵히 견뎌온 나날들이 그 분야에서는 달인이 되게 만든 것이며

이는 살아 있는 한 변함이 없다.


숨이 차고 힘든 운동은 처음엔 힘들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오래 견딜 수 있다.

만약에 나이 등을 이유로 편안한 운동만을 제시하다가 홍수나 여러 이유로 빨리 대피를 해야 살 수 있는 조건에 내몰렸을 때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자연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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