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뇌세포 건강

by 정희섭

아주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으리라.

바닥에 앉아 있는데 눈에 간신히 보일만한 작은 곤충이 허벅지를 기어가는 것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녀석을 발견한 듯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란 어린 치기(稚氣)가 결론 맺은 과감함(?)은 계면쩍은 웃음을 짓게 한다.


과학사를 살펴보면 물질의 본질에 궁금함이 많았던 것 같다.

분자론, 원자론 등 과거에는 현미경 같은 고도의 장비가 없어 검증이 불가하여 추측으로 이론이 형성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설이나 호기심은 토론과 검증의 단계를 거쳐 하나의 확증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더 자세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큰 규모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컨테이너 몇 대에 꽉 찬 부품 조각들을 인부들이 조립을 한 결과물은 웅장한 세트장으로 변한다.


인체의 조직도 아미노산이 하나하나 축합반응으로 실의 형태를 갖추고, 연이어 3차원 형태를 띠게 되는, 하나의 형체를 만든다.


각기 다른 여러 형태의 공간 구조물은 레고 부품처럼 형태를 구성하기도 하고 호르몬처럼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대학시절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주 업무가 은행 통지서의 주소를 확인하고 답사하는 일이었는데, 주소가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단독 주택이 흔한 시절이라 집을 지을 때마다 주소가 부여되는 바람에, 순서와 위치가 뒤죽박죽이어서 가령 78번지 옆집은 120번 같은, 불규칙한 상태라 그 근처 모든 집을 다 둘러봐야 할 경우가 많았다.


인체도 비슷한데 특정 호르몬을 분비하면 그 호르몬이 타깃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흐르면서 마치 열쇠와 자물쇠가 딱 맞아야 결합하는 것처럼 해당 수용체를 만나 정보가 전달되고 해당 작용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신호 전달은 해당 단백질 블록의 돌출부와 상대편 함곡부가 정확히 맞아 발휘된다고 보면 된다.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구조 형태는 회오리형과 병풍형의 두 가지가 적절히 조합되어 구성된다.

회오리형은 부풀어 있는 반면 병풍형은 넓으나 집적된 형태이다.


이 형태는 원자들의 수소이온 결합 형태의 차이로 나타나며 각각의 블록은 레고처럼 이웃 조직이나 블록과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생체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열을 받으면 원자들은 비례해서 진동량이 많아진다.

진동량이 많아지면 서로 간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형태가 붕괴하기 쉽다.


설치된 공연장 세트에 지진이 발생하면 세트가 무너지고 구성품이 바닥에 집적되는 형태로 쌓이게 된다.

인체의 세포도 그러하다!


뇌를 포함하는 머리는, 다리처럼 움직임에 노출된 부위가 아니라서 인위적인 열의 방출이나 조작엔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열의 속성은 밀도가 낮아 가장 상부로 모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인체의 상부인 머리 부분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의 집합소에 해당한다.


외부 온도가 심하게 내려가지 않는 한, 옷을 입는 다른 부위와는 달리 그냥 노출하는 것도 항상 열이 방출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보통 머리에 열이 나는 경우가 많고, 거의 대부분 머리 부분을 시원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고 감기처럼 일시적으로 보온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빼고는 덥게 하는 것을 꺼려 한다.


살다 보면 계절의 변화처럼 열을 많이 받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인체는 그런 경우를 대비하여 열 충격 단백질(HSP-Heat Shock Protein)이 있어 손상을 방어하게 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열을 받는 상태가 되면 보상에도 한계가 있어, 뇌세포의 구조가 지진에 무너지듯 압축되는 형태로 부피가 줄어들게 된다.


계란 흰자가 열을 받으면 불투명한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흰자 내부의 소수성(물을 싫어하는 성질)이, 열을 받아 표피의 친수성 구조가 흩어지면 이웃하는 소수성 분자끼리 결합하기 때문이다.


구조의 변화는 레고 블록의 변형과 같아, 기존의 활성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기억력 장애이나 고도의 정신작용이 지장을 받는 치매, 파킨슨병 같은 중추 신경 계통의 질환을 유발한다.


즉 고열을 지속적으로 받는 환경에 노출되면 회오리형의 구조가 병풍형으로 압축되는 형태가 됨을 말하는데, 과거 광우병 파동 시 회자되든 `프라이온`은 같은 유발 인자로 같은 기전을 만든다.


그래서 CT나 MRI를 찍어보면 뇌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두뇌가 열을 받지 않게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째, 열의 발생을 줄이는 것.


인체의 신진대사는 반드시 열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공장의 기계처럼 사용하더라도 쉴 때를 보장하여 식혀 주듯이, 숙면으로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


밤에 취하는 숙면은 마치 엔진의 냉각수처럼 열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만약 수면이 부족하거나 늦잠 등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과열 현상이 누적되기 시작한다.

생활 리듬 회복이 우선이며 여의치 않으면 열을 식혀주는 한방의 음기 보충의 치료법은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이미 생긴 열의 해소.


한약의 음기를 보충하는 처방은 냉각수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운동을 함으로써 온몸으로 열을 방출하게 하여 체내에 쌓이는 부하를 줄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치매나 건망증 등의 장애를 보면 현업에서 은퇴하거나 외상 등의 계기로 활동량이 줄어듦에 비례해서 급증한다.


사람은 동물이다.

動 자는 무거운 몸(重)을 억지로라도 움직이는(力) 것이야말로 타고난 운명에 충실하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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