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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노래 Jul 30. 2021

소나기가 내리던 한 여름날에

소나기가 내리던 한 여름날에,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나는 말이야 사실 얼마 전에 모든 걸 끝내려 했어.

그리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더라.

그래, 그럴듯한 이유라고 누군가는 말해주겠지만

지금 나 자신의 상태가 다른 누군가에겐 축복이라고 보일 정도로

행복이라는 건 상대적인 것을 알기에.


그래서 모든 걸 끝내려 했어.

나는 더 이상 내가 노력해봐도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내가 나로 태어난 순간, 모든 건 끝이니깐.

그래서 그냥 끝내려고 했어.


그런데, 모든 걸 마무리하고 집을 나서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어.

네가 참 좋아했던 고양이가, 내 눈앞에.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그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인지 잠깐 망설이게 되더라.


너를 생각하게 된 것도 참 오랜만이고 그런 네가 보고 싶어진 지는 더 오랜 시간만이었어.

너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으려나?


그래, 소나기가 내리던 한 여름날에 나는 너를 잊었는데 너는 이렇게 나를 찾아와 주었구나.

이렇게라도 찾아와 줘서 고마워.

이제는 괜찮아, 잘 지낼게.


그러니 너무 당연했던 말인데 못했던 그 말을 오랜만에 하고 싶어.


그러니까, 그냥,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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