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아이를 보았습니다
지나가는 이 눈높이에도 모자란 아이의 손 끝은
홀로 작은 숨을 반짝거립니다
빨간 불이, 초록 불로.
시선을 낮추어 문득 바라본 아이의 눈에는
싱그러움이 형형색색
그 빛은 무한의 깊이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이내 터져나와 아이의 걸음을 포근히 밝힙니다
횡단보도의 건너편에서 아이는 손을 내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봅니다
지나가는 이 눈에는 공허만이 사그라들고
잠시 나에게 왔던 온기는
내가 지나온 곳, 그 어딘가에 잃어버린 듯합니다
초록 불이, 빨간 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