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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프일기> D-48. In good hands

가을을 알리는 아침 공기가 바스락 거린다

물기없는 가을의 공기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여름의 끈쩍하고 후끈함이 열정이라면

가을의 차갑고 건조함음 냉정이다


일본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낼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이 있었다

20여년전 시대를 풍미하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했다

뜨거웠던 열정이 어떻게 냉정해질까 싶다

하지만 감각도 이성도 변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순간의 기분도 자기 자신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때로 그것은 왔다가는 손님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디쯤에 있을까하고 자꾸만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은 그래서 더 소중할 것이다


정태규 작가의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거의 다 읽었다

책 뒷편에는 본인의 소설도 실려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가 소설보다 좋았다

책이 끝나가며 느꼈다

정태규 작가도 루게릭으로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의 수족이 되어 그를 임종 직전까지 돌봐준 아내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을거라고,


영어에 In good hands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좋은 손에 놓여 있다

의역하면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잘 받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생길에서 헤매고 좌절하는 고생스러운 시간을 선물처럼 부여받는다

그 시간 안에서 곁에 있는 사람과 손을 잡고 견디며 터널과 빛 사이를 오간다

그럴 때에 In good hands라면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보살핌을 제공하고 또 보살핌을 받으며 인생의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낸다면 막막한 고행길도 추억으로 남겠지


2025년도 반절 꺾여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달리기만하고 돌아보지 않은 날들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바쁜 와중에 20분씩 자전거를 탔다

나를 지탱해주는 자가 서포트 시스템이다

손가락도 거의 나았다

PMS만 끝나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엉엉망망

지나가겠지

짐에만 가게 해다오


삼성헬스 명상 세션을 가끔 켜놓는다

출근길 퇴근길 집안 정리를 할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특히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 지혜를 말하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다

추천


차에 교보문고에 책 사러 갔다가 구입한 저렴한 향수 블랙하비가 있다

카멜리아향 블랙하비를 몸에 끼얹으니 겨울 동백이 눈앞에서 손짓하는듯 하다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몸을 돌보기 시작했는데

마음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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