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이야기

냄새

by 지인

이틀정도 전부터 병동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하나둘 말을 전해왔고 직원들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냄새가 나는 병실의 누군가 용변을 보고 뒤처리가 안 됐나 해서 확인을 해봐도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는 점점 지독해졌다. 냄새가 지독한 병실에 들어가 옷가지와 침구류를 여기저기 확인을 해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별수 없이 방향제를 뿌리고 환기를 시켜놓고 나왔다.


나오면서 문득 사물함을 열어보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환자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서 입원, 외출, 외박 복귀 시 외에는 사물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고 양해를 구하고 열어보았다. 사물함 속은 깨끗했다. 머쓱한 분위기에 사과를 하며 돌아서 나가는데 창틀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창틀에는 엄지 손가락만 한 돌들이 몇 개 놓여 있었다. 무심히 보며 지나치려는 순간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겠지 하면서 장갑을 낀 손으로 들어 보니 말라서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X였다. 이런 게 창틀에 10여 개가 넘게 올려져 있었다. 다들 장식인 줄 알고 지나친 것 같았다.


짜증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고함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고 자리의 주인을 불렀다. 자리의 주인 Y가 주춤주춤 다가왔다. 나름대로의 경험이 인내심을 길러주어 평온한 어조를 유지한 채 이 X들이 전부 본인게 맞냐고 물으니 짜증을 내며 왜 건드리냐며 혹시 없어진 게 없는지 개수를 세어보려 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X가 맞는지 물으니 마치 당연한 것을 뭘 그렇게 물어보냐는 눈빛과 말투로 그렇다고 한다. 이쯤에서 이성이 저 멀리 날아가려 하지만 간신히 붙잡고 왜 X을 모았냐고 물어보니 아까와는 달리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다. 왜 굳이 이것들을 모았냐고 몇 번을 물으니 횡설수설하다 그제야 그냥 모았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가져왔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X를 가지고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환자들을 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모으는 사람을 볼지는 몰랐었다. 한숨을 쉬며 창틀에 그것들을 치우는 동안 Y에게 샤워를 독려했다. Y는 투덜대면서도 따뜻한 물로 온몸에 거품을 내며 샤워를 하고 왔다.


그런데 창틀에 그것들을 치우고 나서도, Y가 샤워를 하고 난 후에도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좀 옅어진 듯도 했지만 여전히 냄새는 났다. 결국 병실 전체를 청소하기로 하고 침대아래뿐만 아니라 사물함을 전부 꺼냈다. 락스를 희석하여 닦는 중에 사물함 뒤에서 무엇인가 툭 하고 떨어졌다. X였다


사물함 뒤에서 또 여러 개의 그것이 나왔다.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병실 청소를 끝내고 방향제까지 뿌린 후에야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다른 환자들에게는 그것이라고 하지 않고 습기 때문에 나무에 곰팡이가 피었나 보다 하고 대충 둘러 대었다.

Y에게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X를 모아두었냐고 물었다. Y는 앞서 말한 대로 그냥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소위 저장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신문을 모으거나 박스에 여러 가지 병뚜껑을 모으거나 하는 등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으고 있어 일정 량이 모였다고 생각되면 설득하여 버리곤 했다. 그런데 X를 모으는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오래도록 그래왔던 것도 아니고 요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것저것, Y가 일으킨 소동을 정리하고 나서는 결국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에게 다시는 X를 모으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 여기까지였다. 다짐을 받으면서 굳이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았다.


이미 끝난 일이었고 Y도 위생상 이런 것을 모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차피 의료적인 상담이나 처방은 주치의와 간호사들이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뒷수습에 부담도 사라졌다.


Y는 군말 없이 X를 모으지 않겠다고 했다.


정말로 Y는 그 뒤로 X를 모으지는 않았다. 다만 새벽에 다른 환자들의 간식을 훔쳐 먹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동이 시작되었다.


일이라는 것이 참 끝이 없는 것 같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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