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2)

메르스

by 지인

2014년에서 2015년 정도였던 것 같다. 메르스라고 하는 전염병이 돌기시작했다. 마치 영화 제목처럼 들리는 이름도 생소한 이병은 마치 흑사병의 현대판인 것처럼 세상에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직장이 병원이라서 인지 아니면 당시 사회분위기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기억이 흐릿하다. 그럼에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당시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의 생활모습이다.


사실, TV에서 메르스가 처음 뉴스주제로 나왔을 때도 환자들과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독감 같은 건가 보다 하고 있었다. 애초에 중동지역에 해외여행을 갈 일도 없었고, 낙타를 볼 일도 없었다. 나와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오히려 뉴스에서 너무 유난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매일 새로운 뉴스거리가 나오자 조금씩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인지 지침이 하나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 근무할 때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라든가, 손을 꼭 씻으라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평소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좀 귀찮다고 생각한 게 다였다. 그러는 동안 메르스는 점점 퍼졌다. 뉴스에서 메르스 때문에 사망한 소식이 하나 둘 전해졌다.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었다.


메르스가 여기저기 퍼지자 병원에서는 외출, 외박 등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었다. 자동으로 면회도 금지되었다. 그전까지 자유롭게 병원을 들락날락하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제한에 난리가 났었다. 거칠게 항의하는 환자들도 여럿 있었다. 기물파손까지 간 경우도 몇 번인가 있었던 것 같다. 멀리서 면회온 보호자들이 간식을 전해주지도 못한 채 발을 돌리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의 분노의 표현은 거세어졌었다. 매일이 분노에 찬 환자들의 욕받이였던 기억이 있다. 이러라고 취직시켜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환자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고 나도 처음이었다. 환자들도 나도 불안했다.


기가 찬 점은 평소 외부활동을 잘하지 않던 이들이 더 난리였다는 것이다. 차라리 평소 밖을 다니던 이들은 조용했다. 그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지 하는 분위기였었다. 일 년에 한두 번 밖을 나가던 이들이 이상한 트집을 잡아 욕설과 함께 시비를 걸어왔었다. 입사 초기라서 지금과 같은 여유가 없었던 나는 매일매일을 긴장 속에서 출근을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의 환자들의 대부분은 병식이 없었다. 당시에 입원해 있던 거의 모든 환자들이 자신이 억울하게 붙잡혀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자신이 문제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막혔으니 얼마나 속이 터졌을지는 굳이 보고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많은 환자들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댔었다. 그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흡연장을 가득 채웠다. 뿌연 연기가 그들의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뉴스를 보며 메르스가 언제 끝날지 서로 떠들었다. 뉴스에서 매일 메르스 감염환자가 몇 명 증가하고 감소할 때마다 자신들이 언제쯤 밖에 나갈 수 있을까 하며 토론을 했다. 그들은 당시 사회에 퍼졌던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 같은 것이 없었다. 그저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욕망만 있을 뿐이었다. 출근을 하는 직원에게 오늘은 바깥 분위기가 좀 어떻냐는 질문은 아침인사 대신이 되어버렸다.


집에 전화를 걸어 거친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었다. 불만이 쌓여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뛰어다녔었다. 나는 환자들보다 더 메르스가 제발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환자들도 나도 한계가 보일 무렵 메르스의 유행도 조금씩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한숨 돌리겠구나 했다. 몇 달간 고생한 것들이 고생으로만 끝나고 나쁜 일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들은 잠잠해지는 상황을 보며 조바심을 냈다. 마치 오늘 당장 외출, 외박을 할 수 있을 것처럼 기대했다. 그들의 생각만큼 빠르게 조치가 완화되지는 않았다. 조바심이 난 몇몇 환자들은 아무 관공서나 전화를 해 언제쯤 메르스가 끝나는지 물어보곤 했다. 대부분은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환자들은 뉴스에서 메르스의 유행이 잠잠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달 정도 시행 되었던 지침들이 해제되었다. 환자들보다 내가 더 기뻤다. 더 이상 환자들의 시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살겠구나 했었다.

5년 정도 지난 후 코로나19라는 더한 문제가 터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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