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의 이야기

변화(중)

by 지인

얻어맞은 후에도 L은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었다. 그 병동의 근무자들의 표정에서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L이라는 존재에 대한 면역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가 전동한 후 넉 달 정도 지났을 때쯤, 다시 그의 소식을 들었다.


쫓겨난 병동에서 우리 병동에 F와 비슷한 성격의 어떻게 보면 선인장과 같은 성향의 조용한 환자에게 시비를 걸어 그 환자가 분노에 차 30분 동안이나 고함을 지르며 진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말한마디 하지 않던 환자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는 말에 L에게서 남을 화나게 일에 어느 경지에 도달한 것 같은 경외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인간의 참을성의 한계를 왔다 갔다 하며 정밀하게 감정을 자극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행동이 의지를 갖지 않고 본능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정도 였다. 그리고 나는 조만간 L이 또 다른 병동으로 쫓겨나거나 우리 병동으로 다시 돌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예상대로 결국 L이 돌아왔다. 쫓겨난었던 병동에서 병동 분위기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병원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쳐 도저히 안 되겠다며 제발 어떻게 해달라고 직원들과 환자들이 성토한 결과였다. 환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대통합을 이루어낸 L이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


동요가 있을까 미리 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환자들 사이에 L의 병동복귀가 소문이 퍼졌다. L이 온다는 말만으로 환자들의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 짧았던 평화가 깨지는 것 같았다.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아오자마자 L은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돌아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B와 싸움을 벌였다. 평소 L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넘어 혐오하던 B는 L의 얼굴을 보자 경기를 일으켰다. 그런 그에게 L은 시비를 걸었고 곧장 싸움으로 번졌다.


그의 재등장으로 조용하던 병동은 소란스러워졌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평화가 그렇게 끝났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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