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의 이야기

감기

by 지인

입사후 1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쯤 일이다.


O와는 바둑 TV를 보며 적당한 대화를 하던 시기였다.


겨울이 되자 감기가 병동에 돌기 시작했다. 몸이 약한 환자들이라 더빨리 감기에 걸리는것 같았다. 난방이 후끈하게 되어 반팔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감기에 걸리는것이 당시에는 어이가 없었다.


며칠전 부터 갑자기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 쓰던 O가 결국 감기에 걸렸다. 따뜻한 온수가 펑펑 나오는데도 굳이 냉수로 머리를 감았다. 평소에 잘 씻지도 않던 인물이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기침과 열에 시달리면서도 감기약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갖은 수단을 써 겨우 입에 넣는데 까지는 성공 했었지만 곧장 뱉어냈다. 이시기에 약을 먹으라고 권유한다는 이유로 O의 마음속에서는 나에대한 친밀감이 조금 하락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와 실랑이하기를 며칠 결국 끙끙 앓기 시작해 버린것이다.


감기에 걸린 O는 앓아 누웠지만 무슨 생각인지 여름에도 열지 않던 병실의 창문을 열어 버렸다. 틈날때 마다 가서 닫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바람에 병실의 온도가 금세 떨어졌다. 그곳에서 O는 침대위에서 이불도 덥지 않은채 속옷 차림으로 끙끙 알았다.


따뜻한 차라도 마시는게 어떨까 하고 가져가 봤지만 O는 손으로 귀를 막고 고함을 질렀다. 식사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고 권유해보았지만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한두숫가락을 입에 넣고는 식사를 끝냈다.


하지만 그렇게 완강하게 감기가 낫지 않게하기위해 기를 쓰던 그도 감기에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외진을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감기약을 달라고 한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아프면 별말 없이 원외 병원으로 외진을 가는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그렇지만 몇몇은 하늘이라도 무너지는 것처럼 거부를 했는데 O도 그런 환자였다. 그는 외진을 가는 것을 정말 싫어 했다. 그래서 인지 외진 이야기가 나오자 그냥 버티기 보다는 감기약을 먹고 빨리 나아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모양이었다.


감기약을 먹고 3일 정도 지났을때 쯤 O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직 잔기침을 했지만 더이상 감기약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한때는 그의 야위고 지친 모습을 보고 폐렴이라도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다. 아직 기침을 간간히 하지만 그는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서는 얼굴에 웃음을 띈채 나에게 다가와 자신에게 약을 먹이려 했다고 투덜 거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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