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불경함

분조장

by Zoroaster O

'윤리'란 어떤 종류의 풍습이든 풍습에 대한 복종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아침놀>


글을 쓰는 것은 종류를 막론하고 창조적인 작업이다. '감사합니다' 정도를 빼고는 짤막한 댓글을 적는 데도 창의와 창작이 필요하다. 創. 비로소 '창'. 그 자체가 새로움이다.

윤리의 본질은 복종이고, 글의 본질은 새로움이다. 여기서 글쓰는 이의 운명을 예감할 수 있다.


낡은 오물과 같은 것으로 높은 수준의 덕을 구비하고 있던 로마인에게 '무엇보다 자기자신의 행복을 추구'한 모든 기독교인들이 악으로 보였을 것이다.

<아침놀>


공동체는 윤리를 필요로 한다. 윤리에 대한 복종이 없으면 공동체는 유지되기 어렵다.
요즘 시각에서 방탕하다고 평가되는 로마인의 관점에서조차 기독교인들이 제아무리 경건했던들, 로마 나름의 디오니소스적 윤리에 복종하지 않는 것 자체로 그들은 악이요 공동체의 적인 것이다.

복종과 윤리는 '개인주의적', '자유로운', '자의적', '버릇 없는', '예측하기 힘든', '계산에 어긋난' 모든 것들을 단죄하고 그것들에 복수한다. 이렇게 공동체는 복종과 윤리로써 새로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모든 것은 자신의 때가 있다고 하였다. 윤리도 그렇다.
인류가 만든 공동체는 항상 윤리를 필요로 해왔지만, 그 윤리는 시대에 따라 변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윤리가 있을 것이다. 유명 작가의 교훈이나 언필칭 인플루언서들의 노하우는 많은 팔로워들에 의해 복종되면서 이 시대의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관습은 과거의 관습과 마찬가지로 복종을 요구한다. 이 새로운 관습은 원래는 그 자체로 창작이었다. 그리고 이제 복종을 요구한다. 그들은 성공을 미끼로 쓴다. 그들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새로움 때문이었음이 명백하지만, 그들은 새로움은 가르치지 않고, 법칙과 노하우에 대한 복종 속에 성공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윤리가 되고자 한다. 이 브런치라는 공동체의 윤리.

실상 복종 속에 성공은 없다. 복종의 최상의 결과는 아류이고, 아류에게 돌아갈 명예로운 성공과 찬란한 승리는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해야한다. 자신이 막 세상에 내놓은 이 새로운 문장이 얼마나 불경하고 위험한 것인가를, 그리고 내가 낳은 그 불경한 자식과 공동체의 윤리 사이에서 언젠가 반드시 선택 해야할 날이 오고야 만다는 것을. 그 모든 새로운 것들의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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