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지 않아졌습니다.
생각보다 거창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닙니다.그냥 어느순간,환멸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한 주먹씩 먹는 약과 매번 떨리는 손을 감추려고 하는 나 자신,어지러울때마다 입 안을 씹어 익숙하게 맴도는 비릿한 피 맛까지
그냥 그 모든 것이 지겹고 버거워졌을 뿐입니다.
행복한 순간은 있습니다.
사소하게 아빠가 내 그릇에 굴비를 발라 놓아줄 때,여행지에서 친구가 내 선물을 사들고 올 때, 마음이 담뿍 담긴 손편지를 받곤 할 때, 새로운 여행지를 가서 푸르른 바다가 담은 반짝임을 볼 때, 행복합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찰나이고,고통은 깁니다.그 긴긴 고통을 버텨내고는 있으나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아직도모르겠습니다.가끔 그냥 엉엉 울며 토해내듯 말하고 싶습니다.10년을 이러고 살았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누군가 머리를 으깨는 듯한 통증과 가슴을 부여잡고 숨이 안 쉬어질때면, 손이 너무 떨려 들고 있는 것을 놓칠 정도일때면,정말 뒷골이 얼얼해질 정도로 화가 납니다.그리고 나서 그 화가 식을 때 즈음에,지칩니다.
일상적인 행동들 모두에 난 배의 에너지를 쏟아야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양말을 신는 행위,간단한 청소와 정리정돈,등교나 출근,이런 일상의 행위에 모든 정신력을 부어야 해낼 수가 있습니다.티 내기 싫어 매번 가면을 쓰고 긴장하고 있다 보니 온몸은 늘 경직되어 있을 수 밖에요.
가면을 쓰면,아무도 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모릅니다.너무 오랜 기간 가면을 써 온 탓인지,가면을 쓰는 것에 재능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어찌됐건 적재적소에 필요한 표정과 말투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기에 외출하는 순간 가면을 씁니다.정확히는 타인들과 있을 때 전부 일정 수준 이상의 가면을 쓰게 됩니다.가족들조차도요.하지만 이 행위가 과해지다 보면 내가 인형처럼 움직이는, 겉껍데기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속의 나랑 겉에 실재하는 나랑 다른 것 같은,이상한 괴리감이 있을때가 있습니다.
어느정도의 사회생활을 위해서 가면은 당연히 필요합니다.이 가면은 때로는 사회성이기도 하니까요.그렇지만 이 필수불가결한 가식에 이성적 에너지를 쓰다보면 또,지칩니다.
이렇게
이렇게
지치다보면 갑자기,어느 순간 문득, 살고싶지 않아져 버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