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삶의 이유?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by 여명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들을때마다 의아하지만요.제 기준에 가장 열심히 산 시기는 몇번 안되는데,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숨막히고 지나치게 빠듯한가봅니다.실신하고 나서 친구가 말하더라구요, 당장 멈추라고.열심히 사는게 아니라 멈추는 법을 모르고 쉬는 것에 너무 불안해하는거라고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잘 쉬고 있다고 하니 두명의 학생을 과외하고 새로운 자격증 준비를 하는건 그다지 쉬는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매일 10시간씩 혹은 그 이상 일하거나 24학점씩을 몰아들으면서 혹사시킬때를 제외한 시간들에 전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마저도 주4-5일 알바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정 금액을 벌거나 모으지 못하면,일정 시간 내에 졸업을 하거나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항상 저를 몰아붙였습니다.아무도 나에게 그러라고 하지 않았지만, 쉬는 방법도 딱히 모르겠고 쉬면 너무나도 불안해서요.그러나 잠깐 멈춰 생각해보니 저축액이 늘어난다고 해서,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딱히 마음이 편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졸업 이후를 더 걱정했고, 다음 학기는 어떻게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지 고민하기 바빴죠.


재고 따지지 말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효율적인 계산에 재능이 있는 편인데 인생을 효율적으로만 사는게 행복한 길은 아닌가봐요.


추진력 좋기로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으려 했던 까닭은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이미 충분히 다른 사람들보다 늦었는데,여기서 돌이키기 힘들어질까봐 아등바등 나 자신을 믿지 않고 채찍질했습니다.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결과물이 좋은 편에 속했기에 더더욱 몰아붙였습니다. 안 하는게 비효율적이고 바보같은 짓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저를 돌보는 방법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나봅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묻는 질문입니다.잘하는게 아닌 좋아하는 것을 물어볼 때, 혼자 하는 것중에 좋아하는 것을 물어볼 때 말문이 막히곤 합니다.이상하죠. 주변인들의 취향을 물어보면 줄줄 외는데 막상 본인 취향은 관심도 없으니.

나를 챙기고 나를 사랑해주는 것은 제게 너무 어렵습니다.인지를 하고나서도 힘든게 나를 아끼는 일이었습니다.애초에 삶의 이유가 자신에게 없는 사람이 본인을 아끼는 것이 쉬울까요.


불행 중 다행으로 인복은 참 많습니다.주변에 버럭버럭 화를 내며 날 붙잡아 주는 사람도, 다 때려치우고 드라이브를 가자며 와서 날 꺼내주고 맛있는 것을 잔뜩 먹이고 들여보내는 사람도,늘 선뜻 안아주는 사람도,날 더 챙기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윽박지르며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니 나도 꽤나 좋은 사람일거라고 자위하는 것이 제 최선이라는게 가끔은 부끄럽습니다.

최근 한 친구가 본인이 울면서 말했어요.내가 이 모든 것들을 약점으로 느끼고 숨기게 한 사람들이 밉고 싫은거라고, 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거지 어찌됐건 내 주변인들은 나를 아낀다고 말이에요.그리고 내가 여태 남들에게 다정했기에 남들도 너에게 그만큼 다정한거라고,네가 베푼만큼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굉장히 큰 위로가 됨과 동시에 막막해졌어요.남에게는 얼마든지 내 다정을 사용하고 애정을 쏟는데 나에게 그러는 것은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요.왜 같은 일도 남이 했을때는 응원하면서 나의 일일때는 채찍질만 할 수 있을까요.


매번 덜덜 떨리는 손을 보거나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지긋지긋한 가슴 통증이 올 때면 그냥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집니다. 아프면 보듬어줘야할텐데, 불쑥 치밀어오르는 혐오를 이성으로 누르느라 바쁩니다. 내 이성은 자기혐오를 누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전부 사용되고 있습니다.그래서 매 순간이 버겁고요.

감정적으로는 언제든지 그만 살기를 택할 겁니다.그걸 누를 정도의 이성은 아직 남아 있을 뿐이죠.꽤나 웃긴 사실은 전 아직도 왜 살아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생명은 소중하다와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들 말고,왜 살아야 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날 설득하지 못했습니다,나 자신조차도요.가족과 친구들이 슬퍼할 듯하여,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주기 싫어 그냥 꾸역꾸역 살아왔습니다.기왕 살아가는 것 뭐라도 하긴 해야할 것 같아 몰아붙이다 보니 되긴 되더군요.


제 마음이 괜찮아졌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여전히 너무 쉽게 무너지고, 공들여서 복구하면 꼭 누군가가 발로 차곤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나의 능력이고,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입니다.


열심히 사는 이유도 별 것 없습니다.간단하게 생각해서 산다/안 산다의 선택지에서 사는 것을 선택했고,기왕 사는거 열심히 사는게 효율적이고 옳은 판단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할때도 꽤나 많습니다.백인백색의 답변이 나오는 것도 흥미롭고요.내 색을 찾고 내 색이 드러나는 삶의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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