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반복반복

살려고 쓰는 글

by 여명

토해내듯 글을 쓰곤 합니다.

나 자신이 역겨워질 때 마다 빈 지면에 마구잡이로 휘갈깁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때와 글을 쓸 때의 차이를 잘은 모르겠습니다.그저 확실한 것은 매번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힐때마다 산소호흡기처럼 그저 펜을 손에 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감정이 휘몰아칠 때 기꺼이 말려 들어가는 순간은 펜을 잡았을 때 뿐입니다.휩쓸리듯 써내려가다보면 어느순간 푸,숨이 쉬어집니다.살기 위한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복적인 이야기같지만,이 감정은 매일매일 때를 가리지않고 나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나의 일상 역시 반복되고 있음을 뿐입니다.약 10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시달리면서도 아직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숨이 쉬어지지 않아 큰 한숨을 반복적으로 쉬고 약을 다급히 입에 넣고,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려 애쓰고,머리와 가슴이 너무 아파 속으로 울음을 삼킵니다.꾸역꾸역 울음을 밀어넣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그저 명치 한켠이 꽉 막힌 듯 아리기만 할 뿐입니다.


창 밖을 바라볼 때는 주로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계산하고 있고,차에 치이기를 바라기만 하는 나날들의 반복입니다.손에 힘이 빠질 때는 가끔 손목을 그어버려야 이것이 해결될 것 같아 입 안을 잘근잘근 씹으며 간신히 참아냅니다.나의 이성은 이를 현실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전부 사용되고 있습니다.약을 먹고,하라는 것은 다 해봐도 물 속으로 잠겨들기만 하는 기분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일상은 제법 잘 영위하는 편입니다.괜찮은 척,아무렇지 않은 척 꼭꼭 눌러 삼키는 것은 도가텄습니다.밖으로 꺼내놓으면 늘 약점이 되어 나를 다시 찔렀기에 이제는 무심결에도 숨깁니다.그런데 가끔은,그냥 누군가에게 안겨 엉엉 울어버리고 싶습니다.속에 썩은 것들을 토해내듯 꺼이꺼이 울어버리고 싶습니다.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이젠 정말이지 모든 것들이 지겹습니다.지겨움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꾸역꾸역 살아갑니다.이 살아가려는 노력들이 또 다시 지겨워지지만,버겁더라도 짊어져야 하는 무게라 생각하며 버팁니다.삶은 원래,그저 버텨내는 것일까요?


원래는 주변의 우울증 환자들에게,환자들의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섣부른 일반화를 초래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그리고 사실은 그저 털어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나의 우울이 남들과 같거나 비슷한지 모르기에,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저 속에 썩어가는 감정들을 내어놓고 싶었습니다.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런데 죽고싶지 않아지는 것은,어떻게 해야 할 수 있나요?마음 속으로는 골백번은 죽었으나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볼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 이내 접고 내려옵니다.가장 좋아하는 바다를 보고 있을 때 그대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찬 밤바다에 뚜벅뚜벅 계속해서 걸어들어간다면,괜찮은 마무리일 것만 같았습니다.육교 위에 올라가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고 있거나,다리를 걸으며 무수히 많은 형광등들을 보면,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매번 했습니다.그래서 그 후부터는,너무나도 버거울 때면 의식적으로 바다도,육교도,대교 위도 가지 않았습니다.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어서요.언제쯤 창 밖을 보며 높이를 가늠하지 않아도 될지,약 봉투를 보며 계산하는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아도 될 지 궁금합니다.막연한 그 날이 오기는 할 지 궁금합니다.눈을 감으면 복잡히 얽힌 실타래 같은 생각들이 뒤섞여 머리 속을 채웁니다.보통 생각의 결론은,미래는 두렵고 이 지긋지긋한 모든 것들이 내일은 없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제일 지겨운 것이 나일지도요.


언젠가는 내일을 기다리며 눈을 뜨게 되겠지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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