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by 여명

최근에는 발악을 해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것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지금은 사실 옷을 입고 나가는 것 조차 힘겹습니다.매일매일이 끔찍한 악몽들로 가득하고 눈을 뜬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매번 숨이 턱턱 막힙니다.견디지 못하겠을 때 토해내듯 글을 휘갈깁니다.어떻게든 나아질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이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매일같이 뭐라도 써내려갑니다.


보통 거창하게 쓰기보다는 그때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써내려가는 편입니다.다만 예전의 글들을 봐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것이 보여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있습니다.영원히 이 우울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걸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해집니다.


어느 순간,갑자기 가슴이 옥죄여오고 어지러우며 귀에서이명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거의 10년째 저와 함께하고 있는 공황이지요.손발에 힘이 빠질때면 여전히 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서 참아야합니다.그때에는 꼭 그어버리면 다시 힘이 들어오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성의 끈을 유지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잘 모르겠습니다.내 이성은 죽으려 하지 않는 것,나 자신을 다치지않게 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약물 탓도 있지만 손에 힘이 안 들어가고 너무 떨려 물건을 떨어뜨렸을때는 역겨움이 치밀어올랐습니다.역겹다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난 나 자신이 혐오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법이라길래,따뜻한 내 주변인들에게 부탁해뒀습니다.당분간은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만을 부탁한다고,힘들다하면 한번만 들어줄 수 있겠냐고.다정한 내 사람들은 망설임없이 그러겠다하더군요.그런데 여전히 가끔은 도움을 요청하는 나조차 싫습니다.


나를 일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왜 대회에서 일등을 하는것보다 어려운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숫자에 집착하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르겠습니다.내 병은 척도가 명확하지 않은데,통장 잔고와 성적이라는 숫자는 명확하니까요.내가 집착하는 성취감조차 가짜같습니다.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하루에 반나절은 지속되는 이 지긋지긋한 가슴 통증도 어느정도는 익숙해졌습니다.예전만큼 심한 공황이 온다기보다는 그냥 공황이 끊이질 않더군요.지겹습니다,이 모든 것들이.이미 충분히 힘들어했던 것 같은데,아직한참은 더 남은 것 같아 너무나도 버겁습니다.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아립니다.아파보았고 여태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저 수치는 늘 마음이 아픕니다.이런 버거움과 아픔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이며,또 버티지 못할만큼 힘들었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더 이상 삶을 지속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그저 평안한 안식 속에 있기만을 바랍니다.다만,아직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하고 싶습니다.앞에 더 좋은 일이 기다릴지,더 안좋은 일이 기다릴지는 저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하지만아예 끝내보면 영원히 미래가 미지로 남으니,조금씩만 더 버텨보자고,안되겠으면 그냥 좀 누워있자고 하고 싶습니다.


저도 안되면 일단 좀, 쉬어보겠습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2화그럼에도 사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