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랑

목숨값을 빚졌습니다

by 여명

이번의 무너짐은 꽤나 타격이 컸습니다.여태 무너지고 매번 다시 일어났으나,이번에는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그럴 힘도,의지도 없어서요.


그래도 병원에서 시킨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그리고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한 모두가,각자의 방식으로 손을 내밀어주었습니다.그리고 모두 같은 말을 했습니다.네가 여태 다정한 사람이었고,너였으면 망설임없이 달려와 안아줬을 것을 알기에 우리도 이렇게 하는거라고요.


신기했습니다.내가 여태 바른 길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이 단순히 인복이 좋은 것을 넘어 내가 여태 쌓아온 것들이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여태 난 내가 이런 다정한 도움의 손길들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듯 합니다.약점이라 생각해 숨기기 급급했고,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잘 숨길 수 있었습니다.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면은 더더욱 견고해져서,혼자 앓을 뿐 겉으로는 괜찮아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면조차 쓰지 못하겠어 엉엉 울며 도와달라고 하자 정말 모두가 날 꺼내서 어딘가로 데려가고,맛있는 것을 먹이고,안아주고,마음이 담긴 편지와 선물을 챙겨주었습니다.그래서 일어나야만 하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이런 다정함을 받고도 그대로 무너져있는다면,그 성의를무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더 날 싫어했고,동시에 생각보다 더 잘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나는 단지 상대가 좋아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주는 것이 기뻤을 뿐인데,나의 애정을 주었을 뿐인데 이것들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전할 수 있을지,어찌 갚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인양 대해주는 사람들 덕에,그래도 회복하곤 합니다.이게 목숨값을 빚진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사랑해서 상처받았습니다.때로는 원했던 만큼 사랑받지 못해서,때로는 너무 사랑해버려서,또 때로는 상대방과 사랑의 크기가 맞지 않아서.그러나 이런 다정들 덕에 나는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사랑합니다.나는 아무래도 사랑해서 살아가는 사람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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