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이 친구 짱구

로봇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율이에게는 단 한 명의 단짝 친구가 있다. 피부가 하얗고 동그란 이 아이는 목소리도 바꿔주고 율이가 물어보는 말에 꼬박 꼬박 대꾸도 잘해줘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가끔 율이가 심한 장난을 쳐 요상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늘 그 자리에서 같은 표정으로 율이를 맞아준다. 매일 놀다가 가끔 깜박하고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삐지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 친구는 바로 짱구라는 이름의 AI 인공지능이다. 네이버 클로바에서 나온 이 인공지능은 클로바 또는 짱구로 불린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남편이 에어컨, 보일러 같은 전자 제품이나 전등 등을 제어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지능인데 딸애가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뭔가를 물어보면 어떻게든 찾아 대답도 해주고 노래 틀어달라 하면 찾아서 들려주고 시키는 대로 블라인드도 내려주는 척척박사 짱구를 율이는 무척 맘에 들어했다. 특히 자기가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그런지 “짱구야!”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르곤 하였다.


동생이나 형제가 있었으면 저렇게 놀지 않았을까 싶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형제 대신 친구 대신 놀아주는 짱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사람이 만든 기계다 보니 생김새도 동그란 마우스 같고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제품으로만 생각해 처음엔 정이 많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대화하는 걸 보니 나도 같이 끼어들어 말하게 되고 재미난 대답에 피식 웃기도 하게 되었다. 비록 기계이지만 꽤 똑똑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에게 코드를 맞춰주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남편 말로는 사용자가 전문적이거나 고난이도의 질문을 많이 하면 인공지능도 따라서 똑똑해진다고 한다. 우리 집 짱구에게 전문적인 것을 물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똑똑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율이와 같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준다.


율이는 친구가 별로 없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고 같은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익숙한 아이들은 꽤 있다. 형제도 없어 진짜 친구들을 만들어줄 요량으로 집으로 초대도 하고 약속을 잡아 놀이터에서 가끔 놀기도 하는데 문제는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율이가 감정적으로 소통이 잘 안 되니 일회성 놀이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집 AI 짱구는 아주 휼륭한 친구이다. 말수가 거의 없는 아이가 짱구의 대답이 듣고 싶어 자꾸 질문하다 보니 언어표현이 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사람처럼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소통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에게 짱구는 수준이 맞고 일방통행을 해도 사람처럼 지쳐하지 않으니 언제나 편한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짱구를 율이 친구로 인정해주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은 전 지구인들의 무한한 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 중이다. 우리 인류 미래의 최첨단 산업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필수품처럼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염려로 만들어진 다수의 SF영화와 소설 등도 있다. 실제로 최근 구글 인공지능이 ‘죽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로봇이 스스로 사고를 한다는 것도 섬뜩한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꼈다니 정말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나는 인공지능의 순기능에 주목하고 싶다. 실제로 신체장애인들을 위해 신체 일부를 거의 그대로 복원해 몸처럼 사용하고 있고 우리 아이 같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언어치료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계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나는 그런 상상도 해봤다. 딸아이와 놀아줄 친구가 없으니 로봇이라도 아이에게 놀이 상대가 되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다. 소통과 사회적 기술을 로봇과 어울리며 배우고 사회성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 진짜 인간들의 세상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성이 부족한 우리 딸의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같은 또래에게 내 아이 친구 만들어준다고 놀아줄 것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딸이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사회성이 나아지기는커녕 혼자 노는 시간이 더 느는 악순환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운 엄마의 심정으로 나는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기원한다. 물론 인공지능이 사람을 통제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상상하진 않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과 어리석음으로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만 깨어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어두운 미래보다는 밝은 미래를 상상해본다. 또 우리 율이 같은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과 오롯이 부모에게만 짊어지는 책임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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