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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an 19. 2022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라면

노후, 일

  '내가 만약에'라는 말을 쓸 때에는 역지사지의 상황을 표현할 때에도 쓰이지만 어떤 상황을 가정할 때에도 쓰이는 것 같다. '내가 만약에 너였더라면~', '내가 만약에 직장을 안 다녔더라면~' 이렇게 말이다. 내가 만약에 진짜로 직장엘 안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들을 성인이 되도록 키우고 나서 얼마나 공허했을까? 상상만 해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간혹 시간이 생기면 약간씩 공허함이 밀려드는데 지금처럼 이라도 직장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감당이 안 되는 공허함과 스스로를 무능력하다는 둥 무기력함에 자신을 지구 밖으로까지 내몰았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을 할 때는 잘못하면 도미노처럼 넘어지고 그 후 수습하기 힘들어지니까 초긴장을 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안 할 때는 공허하다는  둥 불안함을 들어낸다. 신체에서 필요한 콜레스테롤이 있다더니 생활에서도 필요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의 고무줄처럼 축축 늘어지고만 살 수는 없고 추운 겨울이 있어서 다시 원상회복이 되듯이 살다 보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지는 것 같다.


  일이 없이 산다는 건 어쩌면 죽어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것 같지만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면서 지내는 게 진정한 의미의 살아있다고는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무엇이라도 생산적인 행동을 하면서 살아야 진정한 의미의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일중독이라고도 할지 모른다. 해석 여하에 따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도 적절한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소리도 나고 사는데 녹록하지만 않다. 그러나 그렇게 소리도 나고 풀어야 할 과제도 있고 그래야 사는 맛이 난다는 얘기다. 왜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허여멀건 한 것보다 매력 넘치는 게 좋듯이 사는데도 어제도 오늘도 날마다 그날이 그날인 것보다 넘어야 할 산도 가끔 넘어보고 해야 활기찬 인생이란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저변에는 나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올 퇴직 후를 걱정하여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뭐라도 좋으니 집중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일을 찾아야 할 텐데 걱정인 게 사실이다.


  책을 출간해서 대박이 나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할지, 뭐 그런 센세이셔널한 일이 일어나면 좋으련만 내가 워낙 이모양이라 로또에 맞는 게 더 확률이 있지 않겠나 싶다. 꿈꿀 자유는 있으니까 일단은 꾸고 볼 일이다.ㅎㅎㅎ 삼천포행을 할 게  아니라 여하 간에 뭔가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할 텐데 영 궁색하다. 생각만 몽글몽글하고 겁쟁이라 실행이 어려우니까 퇴직 후의 내 삶은 뻔하다. 무언가를 배우러 다닐 것이다. 누구보다 제일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안 봐도 척이다. 기왕 뭘 배우게 되면 부디 즐겁고 행복해하면서 쭉 할 수 있는 일을 만나길 바란다.

 

  퍼즐 맞추듯 시간을 메워 나가지 말고 시간이 가는 걸 의식하지 말고 정열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젊어서는 시간이 더디 가고 늙으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젊어서는 시간 시간을 분단위 초단위로 쪼개가면서 바쁘게 살기 때문에 더 천천히 간다고 느끼는 것이고, 늙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기보다 나이가 빨리 먹는 것 같이 느낀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데 그런 이유는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서 나이를 더 빨리 먹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나이를 의식하지 말고 활기 넘치게 살아야 멋있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나이 먹어갈수록 뼛속까지 멋있어진다는 말을 듣고 싶다. 온전히 나의 몫이다. 아이 셋을 낳아서 성장시켰듯이 인생 이모작 제대로 살아내고 싶다. 지금부터 제대로 준비해서 기깔나게 살아보고 싶다. 기막히게 대단하게 탁월하게 살고 싶다. 나의 노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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