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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an 20. 2022

그리움을 찾다가 유머를 발견했다.

그리움, 추억, 유머

  요 며칠 바쁘다. 서랍 속에 있는 편지들을 죄다 읽으면서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연락할 길을 찾는 중이다. 정말 보고 싶고 오래오래 함께 추억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다. 예전에 한바탕 찾는 일을 했었으나 못 찾고 말았다. 이름은 김연희 성동구 홍익동이 고향이고 나이는 71년생 지금은 결혼해서 경기도 어디쯤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처럼 직장 동료였던 그 친구를 찾고 싶다.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한 후에도 그 친구 여러 차례 편지를 나눴었는지 여러 통의 편지가 있었다. 편지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더 그리웠다. 내가 여러 차례 이사를 하였기 때문에 그 친구도 나를 찾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많이 보고 싶다.


  가끔 유관순도 잔다르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다가도 그리움에 온 마음이 퐁당 빠지곤 한다. 사람에 대하여 아니면 지난 시간들에 대하여 무한정 그리워하곤 한다. 편지를 뒤적이다가 아이들 어릴 적에 아이들의 대화를 메모해놓곤 했던 그 메모를 찾았다. 웃으면 까먹기 일쑤여서 꼭 메모하기를 권했는데 실천하지 못하였는데 그중 하나를 보았다. 여섯 살 둘째에게 물었다. "아빠랑 할아버지 댁에 왜 같이 안 갔어?""언젠가 아빠가 아빠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안 갔어요.""그런데 동생은 왜 아빠랑 같이 할아버지 댁에 갔어?""동생한테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는 말씀을 안 하셨겠죠."이런 대화가 적혀있었다. 적고 나니 그렇게 웃긴 건가? 잘못 기억한 건가? 생각보다 웃기지가 않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 아이이니까 더 애착이 가서 웃기다고 생각한 게 큰 것 같다. 그나저나 하루하루 나이가 속력을 붙기 시작하는지 부쩍 아이들이릴적에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립다.


  새해가 밝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난해도 마지막 해가 저물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해가 바뀐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이상하리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해가 바뀐다는 것에 대해 의식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내 남편의 나이가 올해 예순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완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다. 내 남편이 올해가 예순이라니? 가족 중에 그 어느 누구도 나이를 의식하지 못했다. 당사자는 알았을까? 나이의 앞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느껴지는 무게감이 말할 수 없는데 예순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더 크게 놀라운 나이가 아닌가 싶다. 혼자 조용히 알면서도 말을 안 했을까? 우리들처럼 해가 바뀌면서 나이도 심하게 바뀐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본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시절이 하 수상하기도 하지만 석양에 노을이 물들 때 이처럼 울렁거릴까? 집안에 차압 딱지라도 붙여지는 것처럼 이마에 빨갛게 예순이라는 숫자가 붙여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니 느끼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무감각이 내 남편에게 외로움까지 안기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쓰인다. 그리운 사람을 찾고, 그리운 지난 시간을 추억하면서도 정작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 뭘 어찌할 수는 없지만 소소하게 말동무라도 해주고 외롭지 않게 그 무게를 함께 느끼면서 위로해줄 걸 미안하다. 인생의 동반자인데 아무것도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이심전심일 거라는 생각으로 늘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난 정말 욕심쟁이인지 내가 그리워하는 그 친구를 꼭 찾고 싶다. 당장 보고도 싶고 그 친구를 만나 살아온 얘기도 나누면서 단 둘이 여행도 하고 싶다. 정말 합이 맞는다는 말이 적절할 것 같은 그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곳간 열쇠를 맡겨도 될 만큼 아주 신뢰감 100%의 친구다. 함께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든든한 벗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싶은 친구라 더 찾고 싶다. 그리움도 사랑이라면 난 그 친구를 사랑한다. 세상에는 따뜻한 사랑도 있고  애틋한 그리움도 있다. 내게 주어진 귀한 인연을 꼭 찾고싶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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