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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an 26. 2022

극적인 재회

영미 그리고 연희

  새벽 한 시 사십칠 분. 오늘 이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곰이 연어 껍질을 많이 먹어 겨울을 이겨내듯이 그렇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몸무게가 더 늘어서 내일 아니, 오늘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을 떠 있는 거다.


  오늘 영시 사십칠 분 드디어 연희를 찾았다.

"네, 안녕하세요 얘기 듣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지금 자려고요 언니 내일 통화해요"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어서 "김연희인가요?"라고 톡을 남겼더니 답이 온 거다.

"우와~, 고맙다. 너여서^^"

"잘 자^^"

그녀를 너무 알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급인데 "잘 자^^"로 답하고 나 혼자 내 에너지로 새벽을 밝히고 있다. 근 삼십 년 만인데 그럴 수 있을까? 할 것이다. 우선 그녀가 먼저 전화를 할 때 못 받은 건 나다. 지금 기쁨을 누리는 것도 나다. 못 보고 지낸 지난 삼십 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 친구로는 모든 친구들을 뒤로하고 단연 그녀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할 거다. 내게.


  몇 번의 도전 끝에 쾌거를 이뤘다. 지난날에 나눴던 편지를 보게 된 게 좋은 시작이었다. 편지를 써놓고 우체국 갈 수 있는 날짜를 끝에 쓰고 무작정 주소를 검색했다. 그전에 길 찾기가 더 활성화된 포털에 입력했었을 땐 폐업한 가게만 찾았었다. 그 연락처로 연락을 하면 없는 번호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포털에 큰 기대 없이 입력해서 중국집 연락처가 떠서 전화를 했다. 그분이 아마도 주인집 딸인 것 같다고 친절하게 답하고 내 이름과 연락처를 전해주셔서 극적인 연결이 된 거다. 그분께도 고맙다는 전화를 날이 밝으면 해야겠다.


  과신했던 체력이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점점 수분을 잃어간다. 그래도 이 기쁨으로 시작한 글을 끝가지 마무리할 것이다.


  내가 찾는 그녀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표현력이. 내 표현이 십이 면 그녀는 일이다. 내가 백이면 그녀는 십이다. 그녀가 십이라고 표현했으면 내가 백이라고 들으면 된다. 그 외엔 나와 많이 닮았다. 다행히 그녀의 덤덤함을 매력으로 읽어내는 내가 내 복을 부른 거다. 그 정도로 난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를 찾은 지금 많이 행복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란? 나와 나의 주변을 더한 게 나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그녀가 다시 등장한 건 내가 정말 더 강건해진 거다.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어느 전장에서도 거뜬히 승리할 것만 같다. 내 남편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을 정도로 또 다른 아군을 얻은 것이다. 한자 사람인의 두 필순 중에서 한 필순을 담당하는 이를 찾은 느낌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면 너무 늙어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내 얼굴은 그 순간엔 안 보이니까 삼십 년 만에 만난 초등 동창의 얼굴을 마주하고 놀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좋다. 그녀와의 상봉이.


  내 기쁨에 나만큼 기뻐할 사람이 내 곁으로 돌아온 거다. 아마도 친구라는 이름을 갖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기쁨에 진정으로 기뻐하지 않는 친구들을 확인하면서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꼈던 터라 그녀의  출현을 더욱 반기는지도 모른다. 내 기쁨에 진정으로 기뻐할 사람이 열명이 채 안 되는 분들 중에 한 명이 돌아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역으로 돌이켜 보면 좀 헛헛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기쁨을 나만큼 좋아할 친구가 많지 않다고 느끼면서 산다는 건 말이다. 말했듯이 천군에 만마가 생긴 격이니까 더 이상 헛헛해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김연희, 고맙다!, 앞으로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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