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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Feb 16. 2022

공짜는 없다.

삶, 관계

  나이 헛 먹었다. 모르겠다. 사람들의 그 속들을 정말 모르겠다. 나이만 많이 먹고 모르는 내가 문제겠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이 문제인 게 아니겠지? 사람은 다양한 것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겠지? 무턱대고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해버리는 내가 문제인 게 분명하다. 뭘 보고 혼자 놀라서 또 사설이 이렇게나 길까? 할 것이다. 50년 지기 찐 친이라고 생각하는 그 친구의 속도 모르는데 손으로 꼽을 정도로 밖에 만나지 않았던 사람을 잘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다.


  길게는 딱 하루 봤다. 그때도 말을 몇 마디 하지 않았다. 그냥 같은 공간에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볼 가능성이 없는 상황으로 될 시점이 되면 내게 인사글을 보내곤 했다. 뜻밖의 인사를 받으면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마음이 담긴 감사의 답글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공사가 있어서 근무하던 장소를 옮겨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 따뜻한 분을 만났다. 내가 잠시 있게 될 장소 부근이 그분의 업무실이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며 가며 그분을 뵙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친절했었다. 물론 내게도 각별했지만 다른 동료분들에게도 본인을 희생하면서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챙겨주었다. 볼 때마다 감동이었다.


  그런데 그럴 수 있겠지만 뜻밖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료 분도 못지않은 깐깐한 분이었는데 일하고 있는 분한테 갑자기 그분이 나타나서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인의 생각을 말하면서 그렇게 하기를 원했다.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료다. 그런데 그분에게 본인의 생각대로 일을 하기를 종용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때야 나는 '아~, 그래 그렇지 다 좋을 순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적인 행동을 보고 심하게 감동하는 중이었던 터라 생각과는 다른 모습을 보고 적이 놀랐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기 위해 맞선을 본 달지 그러면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은 없다.' 이런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일상 속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 좋을 순 없다. 맞선을 봐서 결혼한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좋을 순 없다. 나도 상대에게.' 이 마음이 생겨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일상에서도 내가 가끔 내 맘대로 흠뻑 감동하곤 하다가도 다른 모습에 '깜짝이야'하게 되는 것처럼 누군가도 내게 나의 장단점에 같은 반응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답이 없다. 보석처럼 파라다이스처럼 내 멋대로 생각하다가 꿈을 깨듯 깜짝 놀라는 나는 뭘까? 왜, 아직도 변함없이 금세 사랑에 빠지듯 내 맘대로 흠뻑 감동하고 놀라고 참 그 모습은 늙지도 않고 변함이 없다. 그럴 때마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도 그 사람도 사람인 까닭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이만 먹었지 나는 어리석다'라고 내 어리석음을 스스로 질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 좋을 순 없다.'를 받아들이면 해결될 일이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선 적어도 공짜는 없다. 살면 살수록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나도 상대처럼 잘할 수 없으면 그 상대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한다. 그러다가도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내 곁을 파고들면 나도 모르게 그 선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곤 한다. 그런데 거의 다가 반대급부의 상황을 직면하게 한다. 심하게 잘해주면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나의 의견이 중요하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그 잘해줬던 사람의 의견대로 내가 따르고 있다. 내가 원치 않아도. 차라리 마트에서 물건을 사듯 친절이나 선의를 살 수만 있다면 명료하게 돈을 치르고 말지 싶은 마음까지 들게 된다. 나의 중요한 일 앞에서 나의 선택권을 버리느니 친절이나 호의를 받지 않은 게 정답인 것 같다.


  사람들끼리 서로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게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아니, 상당히 단순한지도 모른다. 미묘한 것 까지도 공짜가 없는 아주 단순한 세상이 더 맞는 것 같다. 다소 삭막하긴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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