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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Feb 19. 2022

연민

긴 한숨이 나를 휘감는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나의 진심이 스스로의 기상상태를 자각하게 한다. '걱정하고 있구나, 괜찮을 거야.' 누군가를 걱정하거나 어떤 일이 해결되길 바라면서 나도 모르게 세어 나오는 그 한숨은 내속에서 해답을 찾는 중이라는 것일 거다. 누군가를 향한 걱정 때문이라면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 다른 표현일 거다. 한숨은.


 날마다 날마다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탐험가처럼 나는 요즘 그야말로 차비 안 드는 탐험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 탐험은 다양하고 끊임이 없다. 시간도 자유로운 시간에 마음껏 탐험할 수 있다. 다름 아닌 나를 탐험 중이다. 아픔도 그리움도 사랑도 그 무엇이라도 흔쾌히 허락한다. 질책도 하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들이 애벌레가 나방이 되어 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혼자 나와 동행할 때는 여과 없이 내가 보인다. 그래서 실수라는 것도 하게 되고 좀 많이 아쉬운 순간들도 내 뒤에 쌓이게  된다. 그런데 아끼는 사람이 많이 '그러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그 파편을 맞는 한이 있어도 대신 앞에 서서 막아주곤 한다. 그럴 때 좀 많이 속상한 경우는 내가 보호해주고자 하는 그 사람이 나를 공격할 때가 제일 속상한 것 같다. 늘 보호해주니까 별 감흥이 없는 건지 그 어떤 경우도 자기편인 것을 알기에 그러는 건지 나도 사람인데 쌓이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마음을 주면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주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때가 많다. 아니, 상대도 내 마음 갖기를 바라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어떨 땐 나는 물러 터져서 상대의 무례함이나 아닌 행동에도 그렇게 단호하지 못하고 은근히 슬 적 넘어가려고 하면 다시 넘어가 주는 내가 상대를 같은 행동을 하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다시 말하면 내가 만든 덫인 것 같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직선과 곡선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었다. 그때는 화내는 모습은 '직선', 따뜻한 모습은 '곡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오늘 새로운 공부를 했다. 표현방법 면에서 화나는 표현은 '곡선'으로, 따뜻한 표현은 '직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부를 했다. 나는 표면적인 나만 돌아봤지 개선된 방향을 찾지 못했는데 사는데 좋은 방향을 배운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살면서 무엇 때문인지 누군가에게도 나는 더 낮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나를 발견하게 되어 속이 상하다. 당당한 나, 그 당당한 나를 슬로건처럼 내게 주문하면서 나는 왜 단호하지 못하고 늘 곁을 주는지 알 수가 없다. 혹여 의식적으로 단호하게 되면 그 단호했던 내 행동이 마음에 걸려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지금도 무례한 행동을 반복되게 행동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마치 많이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중에 또 전화를 받아서 통화하기 어렵다는 문자를 남겼다. 지금쯤은 전화를 할 수 있는데도 잦은 피로감을 주는 그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못하고 있는 내가 나는 불편하다. 힘들더라도 정면으로 소나기면 소나기를 맞고 말지 피하지 못한 나의 생활습관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든 내가 더 사랑하기에 난 늘 나를 내어준다. '사랑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는 그 말을 나는 믿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더 잘해주게 되면 내가 우선 뿌듯하고 행복한 걸 보면 그 말이 맞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가 할 수 있는 친절과 마음을 써주곤 한다. 상대에게 나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런 내 마음을 슬프게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아니다, 누군가로 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고 싶은 게 속마음 인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한 나를 다독이느라고 늘 괜찮다고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내가 안타깝다.  시간만큼은  누구도 아닌 나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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